재래시장 호떡집 아줌마의 근심

2009. 1. 5. 15:48세상 사는 이야기

연초부터 가족이 모두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아침 일찍 보충수업을 받으러 가고 아내는 가게로 나는 사무실로 ....그리고 저녁 늦게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큰 녀석은 서울에서 대학을 가기 위해 애를 쓰고 그래도 살기가 참 빡빡합니다.
작년과 올해는 허리를 바짝 조여도 별반 나아지는 것 없고 허리만 더 아파옵니다. 이럴수록 아껴야 한다며 시장을 볼 때도 요모조모를 따지는 아내의 심부름을 하느라 제가 늘 바쁩니다. 아내는 차량이 없으니 짬을 내서 늘 시장 심부름을 하곤합니다.
오늘도 오전에 한가한 틈을 타 재래시장에 갔습니다. 오늘따라 시장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주차 단속 아가씨 말로는 연초라서 그런지 외지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온 것 같다고 합니다.
시장에 들러 아내가 불러준 것을 하나하나 사기 시작했습니다. 맥반석 돌김과 생다시마 줄기, 고등어와 도루묵,그리고 시금치를 사고 지나가려는데 호떡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시장 입구에 있는 호떡집에서 나는 냄새였는데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모여든 사람들로 호떡집에 불이 났습니다. 비집고 들어가 호떡 2000원 어치를 달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것을 먼저 굽는 동안 호떡집 아줌마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아줌마라고 하기에는 연세가 많은 듯해 할머니라고 부를까 고민하다 그냥 사장님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사장님, 장사가 아주 잘 되시네요....그야말로 호떡집에 불이 났네요..."
"불이 나면 뭐해요....힘만들지...작년에 비해 밀가루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아세요?"
"글쎄요 매스컴에서 밀가루 값이 폭등했다는 기사를 보기는 했는데 얼마나 올랐어요?"
"작년 이맘 때에 비해서 130% 올랐어요...2007년 모제품의 20kg 한포에 12760원 이었는데 지금은 26890원 하는데 이번 달에 또 15%정도 또 올라간다고 하네요.."
"호떡 두 개에 천원을 받고 있는데 박리다매처럼 많이 팔면 모를까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먹고 살기 정말 힘들어요.가스값 설탕값도 계속 오르고 임대료도 부담스러운데 그렇다고 밀가루 값이 올랐다고 2000원에 호떡 3개를 팔면 비싸다고 안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져 매상이 줄어들거예요....주 고객이 학생이거나 젊은이들인데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 지갑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사장님은 포장마차가 아니라 시장 귀퉁이에 정식으로 가게를 얻어 호떡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저씨와 손녀딸 셋이서 붕어빵과 오방떡과 어묵도 함께 팔고 있었습니다. 역시 가장 잘 나가는 것은 호떡이었습니다.
사는 것은 예전만 못한데 밀가루값은 그 사이 130%로 올랐다는 사장님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 것은 시장을 다녀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리라 여겨졌습니다.
어디를 가나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는 요즘인데 정부에서 물가라도 잡아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사장님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국회에서 쌈박질만 하지 말고 서민경제를 챙겨야 한다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오래 기다린 덕분에 맛 본 호떡이라 그런지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