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사마귀는 너무 힘들어

2008. 9. 20. 10:44사진 속 세상풍경

추석이 지나고 공장 근처에 잡풀이 많아 예초기로 깍고 예초기를 쓸 수 없는 곳은 일일이 낫으로 베는 중이었습니다.
큰 쑥대를 베려고 손으로 잡으려는데 무언가 움직이는 곳이 보였습니다.
아주 커다란 사마귀였습니다.
그런데 움직임이 이상했습니다. 쑥대를 흔들면 날아가야할 사마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왜 그런가 했더니 사마귀는 임신중이었습니다.


배가 유난히 볼룩하다 했는데 원인이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마귀는 교미가 끝나면 수컷 사마귀를 잡아 먹는다고 합니다. 알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 잡아 먹는데 수컷이 교미를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쑥대를 베기 전에 사마귀가 어떻게 행동하나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서히 몸을 움직여서 아래로 내려가는 사마귀....마치 나무늘보처럼 한발 한발 느리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라다 보는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꾸로 내려가려니 얼마나 힘들까....만약 천적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호색을 띠어서 그럴까요?.....언뜻 보면 사마귀와 풀들을 잘 구분할 수 없습니다.....이것이 임신한 사마귀의 유일한 보호책인가 봅니다.


아...이게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5분이 다 되어갑니다. 배가 불룩해서 그런지 걷는 모습이 거북해 보입니다.


무사히 잘 내려왔습니다.내려와서 힘이 들어서 그런지 꼼짝을 안합니다.쑥대를 베어내고 한참을 기다려도 움직일 줄을 모릅니다.
이제 알을 낳고 나면 어미로서 할 일도 끝나겠지요......알들은 엄동설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특유의 당랑권을 선보이며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