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당뇨환자 아버지와 TV를 보다

2008. 9. 19. 08:27세상 사는 이야기


아버지는 당뇨환자다. 10년 당뇨를 앓고 계시는데 몸관리를 잘 하시는 편이지만 단 한 가지 안되는 것이 있다.
바로 술과 담배다.그중에 술은 밥 보다 술을 즐겨 드신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바로 술 한 잔......그 한 잔은 바로 맥주컵으로 한 잔이다.그리고 점심 때와 저녁 때 그리고 잠 드시기 전에 또 한 잔......병원에 갈 때 마다 의사선생님이 아무리 끊으라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이 나이에 얼마나 더 산다고 술을 끊어' 하신다.
아버지 스스로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절대 끊을 수 없다며 이제는 조금 줄이라고 하면  아버지는 형식적으로 그러마 한다.
그래도 병원에 지어준 당뇨약은 빠짐없이 잘 챙겨 드셔 당뇨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으셨는데 이번에 목에 자꾸 가래가 끓어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다.
3박 4일간 병원에 입원해서 여러가지 검사와 함께 건강을 체크했는데 컴퓨터 CT촬영과 기관지 내시경을 받기로 하셨다.
그런데 술을 못드셔서 그런지 아니면 병원이 덮고 답답해서 그런지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역력하셨다.
거기에 담배 한 대를 태우려고 해도 7층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 현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나 귀찮은 표정이셨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모두 검사를 맡아보자는 아들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이틀이 지난 9월 18일 아침의 일이었다.
그동안 병원에서 꼬박꼬박 당뇨식 식사에 약을 병해해서 드셨는데 ...마침 아침에 약을 드실 때 였다.
mbc 생방송 오늘의 아침의 [주부 건강백서] -방심금물! 합병증이 더 무서운 ‘당뇨’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지난 30년 사이 5배 이상 급증한 당뇨인구! 특히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당뇨로 인한 사망률 1위를 차지할 만큼 당뇨병의 위험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는 당뇨는 전조증상이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되는데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당뇨 자체보다 합병증에 있다고 한다. 실명으로 이어지는‘망막증’을 비롯해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해야 하는 ‘신부전증’또 심하면 신체를 절단해야 하는‘족부궤양’까지! 당뇨의 경고가 찾아왔었지만 방심했다가 합병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혈당의 위험성을 집중진단! 당뇨의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방송멘트가 시작되자 아버지가 금새 관심을 갖고 TV에 집중하기 시작하셨다. 그동안 당뇨 때문에 식사도 마음껏 하지 못하고 더구나 요즘 눈이 침침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시곤 했는데 방송에서 당뇨로 인해 안구망막증이 생기고 실명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셨을까......
심하면 신체절단까지.....하루 아침에 실명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평생 투석을 받아야먄하는 신부전증.....
 여자 아나운서의 섬뜩한 멘트와 함께 신체를 절단한 주부와 실명한 남성의 인터뷰가 연이어 이어질 때 까지 아버지는 숨소리를 죽여가며 방송에 빠져 드셨다..
이어 의사가 전세계에 30초 마다 한 사람이 당뇨로 인하여 다리를 절단한다는 끔찍한 말에 아버지의 인상은 그야말로 사색이 되셨다.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혈당을 관리하며 음식섭취도 신중해야 한다는 멘트를 끝으로 방송이 끝나자 한동안 아버지는 병실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셨다.
"아버지 앞으로는 술을 끊거나 좀 줄이셔야 겠어요..."
내 이야기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담배를 들고 병실을 나섭니다.
나도 뒤따라 나섰는데 1층 야외 벤치에 앉은 아버지는 묵묵히 담배만 태우셨습니다.
"아버지, 알코올은 열량만 많아서 몸에 필요한 다른 영양소의 결핍을 일으키기 쉽다고 해요. 또 몸에 필요한 포도당의 합성을 억제하므로 저혈당에 빠지기 쉽고 고지혈증과 간질환을  악화 시킬수 있다고 해요."
아버지는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한 마디 합니다.
"아무래도 눈이 침침했던 것이 당뇨 합병증 때문인 것 같아..."
"아침 방송을 보고나니 정말 당뇨병이 무섭긴 무섭네....술을 끊던가 줄이던가 해야겠어..."
고집이 센 아버지도 결국은 당뇨의 합병증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 하시는 것 같았다.
의사도 못 꺽은 아버지의 고집...이번에는 당신 스스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