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가 반기는 김동명 시비를 찾다

2008. 7. 19. 17:01사진 속 세상풍경

강릉에서 속초로 가는 길목인 사천에는 '파초' '내마음'으로 잘 알려진 초허 김동명 시인의 시비가 있다.
일전에 인제 합강에 있는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 시비가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이곳도 그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것도 분명 시에서 관리해야할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방치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봄에 들렸을 때는 삭막하던 곳이 그래도 들꽃이 반겨준다.
표지석 양옆에는 온통 개망초들이 하얗다.
들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개망초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아래 들어갔던 1910년 대에 유독 많이 피었는데 나라가 망할 때 여기저기 참 많이도 돋아났다고 해서 망할 망(亡)자를 넣어서 개망초가 되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살면서 자연을 빌어 조국에 대한 향수를 노래했던 시인의 마음과 닿았기 때문일까 시비 주변에는 개망초가 유난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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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곳에 다른 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개망초꽃들이 점령을 했다.마치 누군가 심어놓은 것처럼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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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화단도 역시 개망초 꽃들로 가득하다. 계란꽃이라고도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북한에서는 돌잔꽃으로 부른다고 한다. 돌잔꽃 .....정말 예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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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코스모스와 함께 무성하게 자란 개망초꽃들이 시비 주변에 흐드러져 있다. 예전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었는데 어쩐일인지 지금은 잔디는 보이지 않는다. 관리가 안된 탓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자연을 닮아가는 모습이 내게는 정겹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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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이 화합을 이룬듯한 꽃들의 모습.....개망초의 꽃말이 '화해'라서 그런가?....서로 자연스럽게 오순도순 모여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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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보다 많은 서양코스모스.....서양코스모스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심은 듯 왼쪽에는 무리지어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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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토종 코스모스를 심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런 아쉬운 마음도 든다....가을이면 무성한 풀들로 을씨년스럽게 변할 것이다.......계절마다 관리를 했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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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보는 이름모를 들꽃도 피었다.꽈배기처럼 비틀어 오르며 꽃들이 피었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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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나비들이 찾아와 춤을 춘다. 비가 와도 나비들은 꽃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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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질긴 생명력의 풀들과 개망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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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곳은 부서지고 파여서 걷기가 불편했다. ....1년전 왔을 때와 하나도 바뀐 곳이 없다.이곳을 괂리하는 곳을 어디고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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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시비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은 아닐까?.
돌아오며 다시한번 그의 시 '파초'를 되새겨 보았다.

                   파  초

                                       김 동 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情熱)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