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은 고등범죄다
2007. 12. 17. 14:23ㆍ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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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표절은 범죄다
“원래 예술은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중에서도 고등사기입니다.”
지난 1984년, 고국을 떠난지 35년만에 한국에 온 백남준(1932∼2006)은 귀국기념 기자회견에서 “예술은 사기다(Art is just fraud)”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금의환향한 예술가의 일성(一聲)치고는, 너무도 뜻밖의 코멘트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로 광주땅을 밟은 그는 예의 ‘사기예술론’을 설파했다. 그는 “관객과 아티스트의 괴리를 좁히는 게 예술”이라며 “대중에게는 흡사 예술이 사기처럼 보여도 진짜와 엉터리를 구별해내는 진실의 눈이 있다”며 예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자칫 한 천재 예술가의 허튼소리로 치부될 발언이 ‘백남준 어록’으로 남아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데는 예술의 가치를 중시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백남준의 사기예술을 모방한(?), 짝퉁예술이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표절이다. 대중문화는 물론 순수문화, 학계 등 경계구분 없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자기표절(자신의 글이라도 제목이나 일부 내용을 바꿔 다시 발표하는 행위)’로 불명예 퇴진했는가 하면 이필상 고려대 총장도 외국원서의 내용과 그래프를 인용없이 그대로 자신의 책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누구보다도 표절행위에 엄격해야 할 교육계가 이렇다 보니 가요, 영화 등 대중문화계의 표절시비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다.
창의성과 독창성을 제1덕목으로 삼아야 할 문학계는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의혹과 미술가 한젬마 씨의 대필 논란이 일으킨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즐거운 사라’의 저자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지난해 펴낸 시집 ‘야하디 얄라숑’의 일부 작품이 제자의 시를 베껴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베스트셀러 1위인 ‘인생수업’의 표지 및 삽화가 캐나다 사진작가의 작품을 베꼈다는 의혹에 이어, 최근 류시화씨의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의 표지도 미국 시인의 시집표지를 모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표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표절행위를 죄악시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불감증 때문이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자기 것처럼 속이는 ‘지적(知的) 사기’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엄격한 윤리의식이 뒤따라야 한다.
29일은 ‘사기 예술론’의 주창자인 고 백남준 선생이 세상을 떠난지 1주년이 되는 날. 표절시비로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지하에서 혹시 이렇게 외치지나 않는지 모르겠다. “표절은 고등범죄다”라고. 〈문화생활부잼A HREF="mailto:?·jhpark@kwangju.co.kr">?·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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