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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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아버지의 휴대폰 적응기
요즘은 아버지가 외출을 하셔도 늘 전화로 통화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3년전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하루하루 수척해지는 아버지를 뵐 때 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이 깊어가는 아버지에게 자주 찾아 뵙는 것 이외에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님을 제외하고 삼형제가 객지에 나가 살다보니 마음처럼 자주 찾아 뵙지 못해 늘 송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 형제들끼리 자주 전화를 드리기 위해 휴대폰을 사드린다고 해도 아버지는 극구 사양하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정말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밭에 나가 일을 하는데 동네 사람이 약주 한 잔 하라며 과일주를 한잔 건넸다고 합니다. 그런데 맥..
2009.05.04 -
깊어가는 팔순 아버지의 외로움
지난 주에 바쁜 일을 미뤄두고 고향에 다녀 왔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좋으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외롭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형제들이 모였습니다.2년전 갑자기 어머니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몰라보게 기력을 잃으셨고 부쩍 말수도 적어지셨습니다. 형님이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낮에는 집이 텅비어 있습니다. 거기에 손주와 손녀마저 대학 때문에 기숙사로 가고 나니 집은 적막강산이나 다름없습니다. 기껏 경로당에 다녀오시는 것 말고는 딱히 시간을 소일할 것이 없으니 집에서 습관적으로 TV를 크게 틀어놓고 계시다 잠이 든다 하셨습니다. 아마도 늘 함께 하시던 어머니의 빈자리가 시간이 지날 수록 크게 느껴지시는 듯했습니다. 더군다나 틀니를 하신 후로는..
2009.04.13 -
팔순 아버지가 고추농사를 고집하는 이유
해마다 가을이면 고향에 계신 팔순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봄에는 고추를 심으러 가고 여름과 가을에는 고추를 따러 가고 늦가을에는 하우스에서 잘 말린 고추를 배달하기 위해 고향에 갑니다. 올해로 고추농사 지은지 35년째 입니다. 형님이 농업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제대로 된 고추농사를 터득하고 난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농사를 지었습니다.졸업 후에는 농민후계자로 소를 키우면서도 고추농사를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또 형님이 농사를 포기하고 군무원이 되었을 때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추농사를 지었습니다.이렇게 지금껏 어려운 가운데서도 고추농사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해마다 정성들여 재배한 고추를 기다리는 단골 고객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동안 고추농사를 지으면서 단골고객들이 하나 둘 늘어나 늘 고추 팔 걱정없이 농사를..
2009.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