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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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인줄 알고 묏자리 내주었더니
지난 주에 예고없이 친구가 찾아왔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함께 다닌 막역한 친구였지만 사는 게 바빠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불쑥 찾아와 준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고향을 지키며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는 올해 수확을 마치고 다시 준비를 하는중에 짬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몇해전에 갑자기 찾아와 친척이라며 종손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행사 때 마다 참석하던 사람이 2년전 종중 산에 자신의 아버지 묘를 쓴 이후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집안의 장손인 친구는 대학졸업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종중 산의 관리 외 모든 일들 도맡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시제를 지내는 곳에 친척이라며 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한다. 나이가 50이..
2011.11.19 -
쌀농사 망친 형님의 뼈 있는 한 마디..
지난 주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은 고향에 가는데 연로하신 아버지를 뵙고 또 혼자 농사를 짓는 형님 일을 도와 주러 갑니다. 그런데 요즘 형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1년 동안 고생한 쌀농사 수확을 포기해야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태풍도 피해가고 일조량도 괜찮았는데 이상하게 잎만 무성하고 쌀알이 박히지 않았습니다. 늘 짓고 있는 고추농사와 옥수수 그리고 올해 처음 심은 야콘도 다 괜찮은데 왜 쌀농사만 이럴까.... 곰곰히 생각하던 형님이 무심코 한 마디를 던지더군요...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다면 이렇게 형편없지 않았을텐데....' 사실 그동안 농사일을 해온 것은 형님이지만 실질적인 농사일을 진두지휘 한 것은 팔순 아버지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형님이 전적으로..
2010.10.05 -
팔순 아버지의 눈물을 보다
2007년 12월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너무나 황망해서 가족들 모두 정신이 없었는데 아버지는 슬픔을 억누르시고 장례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뒷일을 다하셨다. 늘 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셨고 평생 말동무셨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아버지셨을텐데...슬픔을 안으로 감추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한데....어머니 돌아가시고 한 달만에 우리 집으로 오신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도 수척해지셨다. 내년이면 팔순이시지만 늘 활기차시고 건강하셨는데 어머니 돌아가신지 석 달만에 몰라보게 야위어 보이는 아버지.... 병원에서 영양제 주사도 맞고 팔팔한 해산물로 요리를 해드려도 입맛이 없다시던 아버지...이번 어버이 날 고향에 가서 아버지 농사일을 거들어 드리는데 고추대를 세우다가 잠시 쉬는 사..
200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