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에 직접 대출을 받아보았습니다.

2008. 3. 8. 12:35세상 사는 이야기

벌써 3개월이 지난듯하군요. 지난 연말 갑자기 상황이 안좋아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신용이 낮은 관계로 제 1금융권에서의 대출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제 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캐피탈 회사도 이미 신용이 하락하였다며 대출이 안된다고 하더군요.살다보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워낙 없는 사람에게는 제1금융권이나 2금융권 모두 너무나 높은 산이더군요.

사실 사업한다고 대출받고 카드로 돌려막은 내 잘못이 가장 크지만 어쩌겠습니까?
꾼돈은 값는 것이 당연하고 버틸데 까지 버텨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사실 그전부터 전화에 스팸문자가 엄청 왔었습니다.신용으로 천만원 즉시 대출 혹은 500이하 당일 대출 등등....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전화하게 되더군요.

"여보세요!.000지요 돈이 좀 필요해서 그런데 가능할까요?"
"아,그러세요.사업자인가요?"
"예"
"사업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1년 조금 안되었습니다"
"아, 그러시면 먼저 신용조회를 해봐야 하거든요?"
"통장 잔고가 100원 이상 들어있는 통장 계좌번호를 말씀해주세요,여기서 바로 신용조회가 가능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절대 조회한 것은 기록으로 남지 않으니까요"
어쩌겠는가 내 코가 석자니 믿는 수밖에 통장번호를 가르쳐 준뒤 잠시 후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 필요하신 금액이 얼마나 되시죠?"
"1000만원입니다"
"아 그러세요 조회를 해보니 신용은 많이 하락되어 있지만 1000만원까지 받아줄 수 있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수수료는 얼마나 들지요?"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빠르면 하루 늦어도 3~4일이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수수료는 보통 대출금액의 20%로 받는데 15%로 해드리겠습니다."
"뭐라구요? 대출이자는 따로 내고 수수료도 따로 내라고요?"
"예, 고객님의 신용을 일시적으로 올리려면 로비를 해야하고 부대 경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어차피 1~2금융권은 안되시고 순전히 저희들 능력으로 자격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니까요?"
"아,그런가요? 그럼 좀 생각해보고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느라 하루가 지났는데 다시 대부업체로 부터 전화가 왔다.
"제가 팀장인데요,고객님 수수료가 부담스러우시면 특별히 10%로 해드리겠습니다.
말일이 되면 바빠서 원하는 날짜에 대출받기 어려우니 미리 결정해보세요.
생각할 것도 없이 그럼 그렇게 합시다 했지요.
그러자 필요한 서류를 보내라더군요. 사업자등록증 사본, 인감증명서,주민등록등본,
호적원초본(나의 지난 이력이 모두 나와 있는),통장사본 주민등록증 앞 뒷면 사본,
부랴부랴 서류를 갖춰 팩스로 보내주었습니다.서류는 모두 되었으니 곧 기다리면 전화가 올테니 전화오면 이렇게 이야기 하세요 하네요..
현재 카드연체된 것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딱 잡아떼고 대출 받은 것도 없다고 이야기 하란다.
"아니 그거 조회하면 모두 나오지 않습니까?"
"아,예..신용조사기관이 두군데인데 저희들이 따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아니면 다 가능하니까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나의 고통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전화오기 시작하는데 마치 무슨 고문이라도 당하는 기분이더군요.
"돈이 왜 필요하신거죠?" (아니 뭐 이런 미친 질문이 다있는지 원)
"대출 받으려고 하는 것을 부인 알고 있나요?(아,꼭지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부인에게 전화해도 괜찮겠습니까? (아니요,걱정하니 하지 마십시오)
"카드 연체나 대출 받은 곳이 있나요?(참 뻔할 뻔자 질문이 날아옵니다.)
"없습니다"
이런 전화를 5곳 정도 받았습니다.하도 이상해서 원래 대출받으려 했던 곳으로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아, 고객님 그것은 한곳에 신청해서 1000만원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여러군데 신청해서 1000만원을 받아 드리는 겁니다.어차피 현재 고객님 신용으로 안되는 것을 우리 힘으로 받아드리는 것이예요"

그렇게 이틀동안 두군데 없체로 부터 150만원씩 300만원을 받고 며칠 후 200만원을 더 받았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 때문에 아내는 뭔 전화가 그리 많이 오냐며 묻는데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더군요.그리고 사람이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처음 300만원 받은 것중 10% 30만원을 수수료로 따로 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전화해서 모든 대출신청한 것을 중지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로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더 이상 진행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서류는 모두 폐기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직원은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깨끗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하시면 언제든 전화하라더군요.
돈이 입금된지 3일만에 등기가 날아왔더군요,
대출계약서 3부 작성해서 보내라더군요.한통은 내가 보관하고 한통은 회사 그리고 법무법인용이라더군요.
올려보내고 나니 또 일주일 뒤 두통의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즉시 강제 집행조항 약정한 내용에 따른 채무를 이향하지 않을 경우 재판절차 없이 강제집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귀하  대리인의 촉탁에 의해 공정증서를 작성하였음을 공증인법 시행령  제13조에 의해 통지합니다.

살다가 이렇게 죄인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처음이더군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대부업체가 돌린 서류가 곳곳에 돌아다니는지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옵니다.
대출 받아주겠다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수수료 10%로는 법적으로 받을 수 없는 돈이라더군요. 대출 받은 곳에서 48%로의 수수료(60%에서 낮아진 것이죠) 중에서 따로 받고 대출자에게 또 받는 것이죠. 잘 확인해야할 것이 대부업체 당사자에게 직접 대출을 받으면 48%의 수수료만 내면 되고  대부업 중개인을 통해서 받게 되면 48% 수수료 외에 중개인 수수료 최하 10%가 별도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지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이런 곳을 기웃거리고 대출을 받았겠나. 현실적인 고통보다 더한 것은 마음으로 받는 중압감과 상처더군요.유혹은 달콤하지만 고통은 아주 길지요.
어쨌든 견딜수 있다면 ....최소의 대안이라도 있다면  발들여 놓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