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가 구속된 아파트 바닷물에 또 쓸려.....

2009. 2. 11. 17:50사진 속 세상풍경

오늘은 통일 전망대에 볼일이 있어 올라가는 길이었다. 올라가며 이곳저곳 들리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간성을 지나 거진으로 들어서는 길에 고층아파트가 있는 해안도로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이 도로는 지난해 개설된 도로로 동해안에서 가장 초고가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국에서 가장 해수욕장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 아파트는 건설 당시부터 지역주민들로 부터 눈총을 받아왔던 아파트였는데 결국 아파트가 완공되고 난 후에 군수와 공무원들이 청탁에 연루되어 결국 고성군 건축계장과 도의회 의원에 이어 고성군수까지 구속된 곳이다.
군사보호지역인 이곳은 아파트를 건립할 수 없는 곳이었는데 고성군에서 건축허가와 분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평당 분양가가 8백만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였지만  해변과 맞닿아 있고 전세대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서울에서 분양이 모두 이루어졌고 지역사람은 세 사람이 분양받았다고 했다.
지역 사람들의 말로는 포를 쏘면 이곳이 고도제한에 걸리는 지역임에도 억지로 허가를 내서 아파트를 지었다고 했고 지난 해에는 너울성 파도에 아파트 앞쪽이 유실되기도 했다고 한다.
 

해안도로에서 본 고층 아파트.... 어촌 마을인 이곳과 어울리지 않지만 바다와 닿아있다는 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들어선 아파트의 앞쪽을 보려고 차를 세웠다.


이곳은 2월초 거센 파도 때문에 아파트 앞쪽이 심하게 유실되었다고 한다. 군사보호 철조망이 뒹굴고 있는 아파트 앞은 보기 흉물스러울 정도로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아파트 앞쪽은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띠를 둘러 놓았고 바닷가 쪽은 모두 유실되고 임시로 쌓아놓은 자루가 보였다.


옹벽으로 튼튼하게 쌓았다는 아파트 앞은 마치 태풍이 왔다간 듯한 모습을 연상시켰다. 바다와의 거리가 35m 정도 밖에 안되는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흉한 몰골만 남았다. 


파도에 기반이 씻겨 내려가면서 유실된 옹벽.....지역 주민은 앞으로도 센 파도가 오면 이런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입주민이 해수욕장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해놓았던 곳이 유실되면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회사관계자들이 내려와서 대책을 논의하고 올라갔다는데 길에서 만난 마을 주민은 방파제를 쌓는 삼발이를 쌓지 않는 한 또 마찬가지 일것이라며 애당초 이곳에 지은 것이 잘못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모두 파도에 씻겨 나가고 덩그라니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나무 계단과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잔해들이 어지럽다.


바다를 향해서 무수히 날렸을 공을 날렸을 골프연습장.......


바로 아래가 시원한 동해바다....하지만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기를 경고하듯 밀려든 파도에 이곳만 덩그라니 남았다.


무너져 내린 아파트 앞마당....다시 원상복구 하려면 많은 시간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될 듯 했다.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아파트....앞으로도 이런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수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주민의 말이 아니더라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아찔한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