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학 접는 남자 이유를 알고 보니....

2011. 11. 16. 14:22사진 속 세상풍경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8월 중순 무렵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던 차량에 뒷쪽을 받쳐 뒷문과 타이어를 교체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고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차량에 타고 있었는데 다행히 아내는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고 저는 무릅과 허리를 다쳐 2주간 입원하고 한 달여간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때 입원한 병실은 6인 병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시설이 낙후되었더군요.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늘 꽤꽤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병원이 적자라서 청소하는 분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하덕군요.
한 층에 한 사람씩 배치하던 것을 두 층을 한 사람이 청소하려니 당연한 결과라 생각되더군요.


내가 입원한 병상은 창문 쪽이었는데 처음에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답답한 병실 생활에 햇볕이 들고 시원한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밖에는 신축공사 때문에 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고 꽉 막힌데다 더 많은 소음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먼저 입원한 환자들이 왜 창문 쪽을 사용하지 않는지 그제서야 알겠더군요.

틈만 나면 학을 접는 환자 왜? 


병실에 있으면서 가장 흥미로운 환자는 바로 학을 접는 남자였습니다.
그 환자는 소나무 굴취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쳐 입원했는데 벌써 넉 달이 다 되었다고 합니다.
성격이 워낙 서글서글해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이 병실 저 병실 다니며 사람들과 대화도 잘 하더군요.
그러면서 틈나는 대로 열심히 학을 접더군요.


탁자 위에 접은 학들이 가득합니다. 
넉달 동안 접은 학을 모두 합치면 이것보다 배는 많다고 합니다.
예전부터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은 들은 터라 뻔한 대답이려니 하고 환자에게 물었습니다.
"학은 왜 이리 많이 접으시는 거죠?"
그러자 허허 웃으며 돌아온 대답은
"뭐 별다른 것은 없고요...심심해서요...시간이 잘 안가고 잠은 오지 않고 ...."
"정말 학을 잘 접으시네요..."
"하도 많이 접다보니 이제는 눈 감고도 접을 수 있습니다....ㅎㅎ.."


그런데 학을 접는 이유를 그 환자가 퇴원할 때쯤에 비로소 알았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산재처리 때문에 퇴원했다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해야한다며 퇴원 수속을 받고 난 후 짐을 쌀 때 그동안 접었던 학이 달랑 한 통 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그것도 채우지 못한 걸로.....
그 많던 학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병실을 나갔다 온 사이에 내 탁자 위에도 학이 한 통 놓여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환자분 그동안 접은 학들을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동안 병실을 다니며 눈여겨 봐두었던 환자들에게 선물을 하고 남은 한 통을 제게 주신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는 안주셔도 되는데..."
그러자 그 환자분 웃으면서 이러시더군요...
"아니 부담 갖지 마시고요...제가 다시 입원할지 모르니 그때 까지 병실 환자들 잘 좀 부탁합니다..."
물론 농담이려니 생각했지만 그 분의 마음씨 하나 만큼은 정말 따뜻했습니다.
자신의 몸도 아픈데 다른 사람들 챙기면서 웃음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학까지 선물을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 환자분과 같이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