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만나는 워낭 할아버지 볼 때 마다 푸근해....

2009. 7. 10. 12:59세상 사는 이야기


해마다 이맘 때 그곳에 가면 어김없이 소달구지 끄는 워낭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속초시 장사동 영랑호 인근에 사는 할아버지는 오래전 부터 속초고교 옆에서 소를 키우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컨테이너에서 자라는 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것이 이젠 습관처럼 아침 아들 등교길에 할아버지의 소들이 잘 있는지 달구지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에도 몇번 올렸고 방송으로도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늘 도시를 활보하는 달구지를 보는 것도 신기하려니와 바쁘게만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리게 천천히 사는 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밭으로 향하는 할아버지를 볼 때면 왠지모를 푸근한 마음이 들곤합니다.


아침 여덟 시가 조금 안된 시간 멀리 할아버지의 달구지가 보입니다.집에서 3km 떨어진 밭으로 향하는 길인데 아침 등교길에 지나는 차량이 바짝 다가선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간신히 차량이 비껴가고 뒤이어 달려오는 차들이 보입니다....이곳은 옛날 철둑길이라 길이 아주 좁습니다. 차들이 교차할 수 없기 때문에 양보운전을 해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차들이 비껴가고 난 후 마음껏 도로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없었던 송아지들이 두 마리 더 늘었습니다.
"송아지가 두 마리 더 늘었네요 할아버지..."
"응, 모두 올해 태어난 녀석들이야...."
"달구지를 끄는 소가 아빠 소인가요?..."
"아니야, 모두 인공수정을 해서 낳은 송아지라 아빠가 누군지 몰라..."


할아버지에게는 달구지가 두 대 있는데 하나는 보이는 것처럼 리어카를 개조해서 만든 달구지고 또 하나는 옛날에 흔히 보았던 바퀴가 큰 달구지인데 용도에 따라 달구지가 달라집니다.


차량이 연이어 오자 한쪽으로 소들을 몰아세우는 할아버지.....밭에 한 번 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밭도 직접 갈았는데 요즘은 몸이 불편해서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달구지를 끌 때 한 마리면 되지만 소들이 풀도 뜯고 운동도 시키려고 함께 데리고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새끼 송아지가 열심히 엄마소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혹시 다른 곳으로 가거나 달리는 차에 다칠까 줄로 줄을 매어 놨습니다.이젠 워낭은 사라지고 대신 소의 이력을 나타내는 노란 표찰이 붙었습니다.


지나는 길목에는 염소농장이 있습니다. 소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염소들은 잔뜩 경계하는 듯 지나는 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키우는 소중에서 가장 오래된 소인데 아래로 쳐진 소의 뿔처럼 너무나 순박해 보입니다. 지난해 겨울 김장용 배추를 나르는 모습을 보았는데 올해는 아직 달구지 끄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소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함께한지 벌써 16년째라고 합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1km 넘게 남았지만 할아버지는 바쁜 것이 없습니다. 리어카 속에는 쟁기와 낫이 실려 있는데 농사일을 끝내고 돌아올 때는 리어카에 꼴이 가득 실려져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소와 아기 송아지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할아버지도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