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버려진 검은 길냥이를 만나다.

2009. 5. 2. 14:43사진 속 세상풍경

가끔 TV에서 유기견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요즘 경기가 안좋아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길거리를 배회하는 강아지들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특히 영랑호 산책길을 갈 때면 산에 숨어사는 고양이와 개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가 있었다.처음에는 집에서 탈출한 동물들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도 유기견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토요일이었는지 싶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다 깜짝 놀랐다. 문을 닫고 걸어가려다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동안 흰색이 섞인 고양이나 갈색 고양이는 많이 봤어도 온몸이 시커먼 고양이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더욱 놀랐다. 그런데 이녀석 사람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눈치다.


오자마자 내 발등을 핥는다. 딱 보니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새끼 고양이인 듯했다. 그런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털이 많은 자란데다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계단에 머리며 몸을 비비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몸이 많이 가려운듯 보였다. 이곳 쓰레기장에는 길냥이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길냥이들은 사람들을 극도로 꺼리거나 가까이 가면 놀라 달아나곤 한다.


그런데 이녀석은 누군가 집에서 키우다 버렸거나 혹은 집을 잃은 고양이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녀석은 몸을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연신 몸을 긁어 댔다.


가만히 등을 긁어주니 시원한듯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녀석은 그동안 보아왔던 고양이에 비해 솔직히 무섭긴 했다. 하지만 등을 몇번 긁어주니 생긴 것에 비해 아주 온순했다.


한참을 긁어주고 나니 이제는 함께 놀자며 발을 들고 장난을 친다. 혹시 배가 고픈 것은 아닌지 집에서 프랭크소세지를 갖다 주었더니 한 두개 먹더니 시큰둥한 반응이다. 아마도 배고픔 보다는 정에 더 굶주린 듯했다.


자꾸만 보니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붙임성이 너무 많은 것인지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아내와 아들이 털 알레르기만 없으면 집에 들여놓고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쪼그려 앉아 있다 일어서려고 하니 더 놀아달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따뜻한 봄볕에 잠시 편안한 모습을 보이는 검은 길냥이.....갑자기 울리는 차의 경적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머리를 눕히고 마는 길냥이....오늘 함께 있는 동안 가장 편한 모습이었다.


볼 일을 보려고 차에 오르는 순간에도 나를 바라보던 검은 길냥이...고양이를 처음 보았던 청소 하는 아주머니가 계단에 종이박스로 집을 만들어 주었지만 그곳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처음 본 후 지금껏 다시 볼 수 없는 길냥이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