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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아저씨가 국내산 옥수수를 쓰는 진짜 이유는?

2008. 12. 17. 17:48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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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길을 가다 갑자기 뻥~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담벼락 아래에서 뻥튀기를 튀기는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어릴 적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았던 추억의 뻥튀기를 보고는 강냉이 하나를 사야겠다고 그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어릴 적에 보았던 그대로의 뻥튀기 모습은 아니었지만 뻥튀기 기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침 튀기고 있는 따끈한 것으로 주신다기에 기다리는 사이에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쌀이나 강냉이 한 방 튀기는데 얼마냐 물으니 4000원이라고 합니다. 직접 옥수수나 쌀을 가져와야 하지만 없으면 아저씨가 갖고 계신 옥수수로 튀겨 주신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30년동안 뻥튀기 장사를 해왔는데 7년 전 까지는 번듯한 가게를 운영하며 인근의 군지역 까지 물건을 납품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산 옥수수가 들어오면서 너도나도 수입품을 쓰기 시작해 할 수 없이 문을 닫고 뻥튀기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옥수수를 인근의 가게에서 받았는데 모두 중국산을 받아서 뻥튀기를 팔았다고 합니다. 국산과 가격 차이가 워낙 많이나서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사용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중국산 옥수수의 공급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옥수수나 뻥튀기를 만들어 전국으로 납품하는 업체들끼리 담합을 해서 회원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수입산 옥수수를 공급해 주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구하려고 해도 수입산 옥수수를 구입할 수 없었던 아저씨는 옥수수로 유명한 홍천에서 직접 옥수수를 갖다 강냉이를 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워낙 중국산 옥수수보다 비싸 파는 양을 조금 주어야 이득이 남는데 손님들이 국내산이라는 것을 믿지를 않아 애를 먹곤한다고 합니다.


15년 되었다는 뻥튀기 아저씨의 기계.....이전에 또 한 대가 있었는데 망가져서 바꾼 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다며 가스에 불을 피우는 뻥튀기 아저씨...


       예전에는 장작불로 불을 피웠으나 요즘은 가스에 밧데리로 자동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약 10분 정도면 뻥이요~한 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옥수수를 보면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강냉이를 튀긴 것을 보면 강냉이가 둥글고 큰 것들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보면 된다고 합니다. 중국산은 고소함이 덜하고 사카린으로 맛을 내서 단맛이 많이 나지만 아저씨 강냉이는 특유의 옥수수의 맛과 고소한 맛이 살아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중에 또 뻥이요 하고 강냉이가 쏟아졌는데 강냉이를 몇 알 입에 넣어보니 정말 사카린의 단맛이 아닌 고소한 옛날 강냉이 맛이 그대로 배어 났습니다.
대부분 슈퍼나 대형 마트에서 파는 강냉이는 십중팔구 수입산으로 보면 된다는 아저씨 ....길거리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원료를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국내산을 쓰고 있지만 손님들이 국내산이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것이 너무나 속상하다고 합니다.
"사실 생계형으로 이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들 싼 원료를 받아서 푸짐하게 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워낙 옥수수 단가가 배 이상 차이가 나니 다른 방도가 거의 없습니다"
"나 말고도 여럿이 뻥튀기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도 나처럼 어쩔 수 없이 모두 국내산을 쓰고 있다고 해요..."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하고 물으니 난색을 표명하는 아저씨 며칠 전에 방송국에서 추억의 뻥튀기에 대해서 취재를 요청했었는데 거절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불법 영업이기 때문에 방송에 노출되면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요즘도 가끔 단속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며칠 쉬다가 다시 나와서 뻥튀기 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마음놓고 장사할 곳도 없는데 자칫 이곳마저 쫓겨나면 마땋히 갈 곳도 없다는 뻥튀기 아저씨......
우리가 가장 쉽게 찾는 주전부리 강냉이가 대부분 수입산이거나 중국산이라는 사실이 새삼드러울 것도 없지만 독과점 형태로 원료를 공급하고 어렵게 길거리에서 뻥튀기를 튀기는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아저씨 , 여기 뻥튀기 기계 옆에다 100% 국내산 옥수수라고 써 놓으세요.사람들이 입소문으로 알게 되면 손님이 많아질 겁니다..."
"에휴 써 놓는다고 손님들이 믿어 주는 것도 아닌데 뭐하려고 써 놔요..." 
"그냥 내가 조금 손해본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지요 뭐..."
순박하게 웃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며 돌아서는데 괜시리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강냉이를 내놓으니 아들 녀석이 정말 좋아합니다.
"이거 아버지 고향인 홍천에서 갖고 온 토종 옥수수로 튀긴 거다...맛있지?"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고향에서 온 옥수수로 만든 강냉이를 입에 넣으니 고소한 옥수수의 맛과 더불어 추억까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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