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백로 서식지를 둘러보다

2008. 7. 31. 07:52세상 사는 이야기

속초시 영랑호에는 백로 서식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초에 백로 서식지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언젠가는 한 번 저 백로 서식지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었다.
그런데 참 병도 큰 병이다. 하필 비가 그친 오늘 내 눈에 들어온 백로 서식지.......
블로거에게 궁금증이란 정말 큰 병이다.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고 새로운 기사꺼리를 발견하고 난 후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발작병이라고나 할까?
차에서 장화를 꺼내 구두와 갈아신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4차선 도로를 뚫느라 산을 깍아낸 곳으로 올라가는데
너무 가파라 몇번을 미끄러진 후에 산에 올랐다. 오르니 울산바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소나무 숲을 헤치고 가다보니 영랑호 리조트와 함께 백로 서식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백로들이 소리를 지르며 날개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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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잡아 4~5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백로들의 움직임에 한참을 바라보다가 저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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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서식지 가기 전에 소나무 위에 백로들이 열심히 어딘가를 바라보며 두리번 거렸다. 아마도 보초를 서는지 연신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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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서식지로 가까이 갈수록 닭똥 냄새가 심하게 났다. 아니 백로의 배설물 냄새인데 닭똥 냄새와 똑같았다.
비가 온 뒤라 냄새가 더 역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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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는 군락 생활을 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나무 위에는 새끼 백로들이 어미를 부르는 소리인지 연신 울어대고 어미들은 조심스럽게 어미에게 다가가서 먹이를 주고는 다시 날아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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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전체가 백로집인 소나무들은 모두 죽어있었다.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너무나 다른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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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면 한가롭고 아름다운 백로의 모습에 감탄사가 나올테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역한 냄새들과 백로들의 분비물 때문에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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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서식지로 가는 곳의 나뭇잎은 백로의 배설물 때문에 말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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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떨어진 백로알이 깨어지지 않은 채 있었다. 들어보니 속은 텅 비었다. 안에서 말라붙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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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깨고 나온 껍질이 여기저기 백로의 분비물과 함께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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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멀리서만 보아왔던 백로의 모습은 고고하고 한국의 멋을 간직한 기품있는 새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백로 서식지에서 바라보는 백로의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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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서식지 아래는 모든 나무들이 죽어 폐허로 변해있었다. 마치 공동화장실처럼 분비물로 가득했고 풀도 자라지 않았다. 발을 옮길 때 마다 여기저기에서 분비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로 서식지 아래는 풀과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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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채로 그대로 남아있는 백로의 집.....내년에는 또 다른 백로들이 이곳에 집을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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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여기저기 백로의 깃이 떨어져 있다. 털갈이를 한 것인지 떨어진 새끼를 짐승이 물어간 흔적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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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늘 고고하고 기품있는 백로의 모습과 날개짓만 사진으로 보았을 뿐 ...그 아래 서식지는 어떤지 알 수 없었다.....그런데  오늘 둘러보니 백로 서식지는 자신들의 배설물로 인해 점점 폐허로 변해가고 있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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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퍽하고 무언가 떨어졌다.가까이 가보니 방금 잡아온듯한 개구리가 통채로 떨어졌다.새끼에게 먹이려다 잘못해서 떨어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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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듯 홰를 치는 백로 ....새끼들은 요란하게 짖어댔다.개구리 한 마리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까. 멀리서 지켜보았지만 떨어진 것은 다시 줍지 않았다. 아마도 죽은 것은 먹지 않는 습성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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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한 백로의 모습은 분명 아름답다. 그렇지만  백로 서식지 직접 가본 사람은 백로가 숲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 지 알게 될 것이다.
주변의 소나무를 모두 고사시키고 나무들이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바꾸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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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함 뒤에 숨어있는 백로 서식지는 도저히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여기저기 백로의 분비물이 떨어지는 소리 ...마치 비가 오듯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졌다.
분비물의 양도 적지 않을 뿐더러 소화되지 않은 고기들이 배설물과 함께 섞여 나오기도 했다.
문득 조류독감을 옮기는 것이 새들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옷음 땀으로 흠뻑 젖었고 반팔과 반반지를 입은 팔과 다리는 온통 나뭇가지에 찢겨 쓰라렸다.
멀리서 바라보는 고고한 백로......그러나 멀리서 바라본 백로와 가까이 다가가본 백로는 너무나 달라보였다.자신들이 집이 되어준 나무를 고사시키고 숲을 폐허로 만드는 환경파괴의 주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