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중독증 아내 독서광이 되다.

2008. 6. 21. 10:04세상 사는 이야기

아내의 가게에는 TV가 없다. 아니 원래 있던 것을 치워버렸다.
옷가게를 하는 가게에 TV가 사라진 사연은 이렇다.TV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내던 아내가 손님과 드라마를 보다가
언쟁을 벌이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일인데 다투고 난 후 그 손님이 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아내는 아예 TV를 없애 버렸다. 10년이 넘은 TV라 화질도 좋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TV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좀 줄여볼까 생각중이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생각하고 아예 치울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아내가 TV를 없애는 것은 남자들이 담배를 끊기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아는 나는 다시 TV를 갖다 달랠 것에 대비해 창고에 잘 보관해 놓았다.왜냐하면 아내는 지독한 TV 중독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몇주 뒤에 가게에 들러보니 혼자서 음악을 틀어놓고 패션잡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TV를 보지 않으니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는다며 신문도 구독을 하고 집에 있는 책들을 한 권 두 권 가져가더니 몇 달 사이에 가게에는 책들이 그득하게 쌓였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아내의 책을 고르는 것에 고민을 할 정도로 아내는 독서광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손님과의 대화에 책속의 좋은 귀절을 이야기 하다보니 손님들이 좋아하게 되고 그것에 재미를 들인 아내는 늘 더 좋은 내용의 책을 원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필에서 소설로 다시 교양도서와 시집까지 다양한 분류의 책들을 읽는 아내를 보면서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오래전 부터 문학을 했었고 아내에게 책을 읽을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중간에 그만 포기했었다.
아이들 공부도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스스로 필요함을 느낄 때 가장 큰 효과가 나는 것을 알기에......
옷가게에 들리는 사람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빌려가기도 하고 집에 있는 책을 가져다 서로 나누어 보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줄려는 마음이 한결 깊다고 아내는 자랑이 대단하다.
TV 한 대 없앴을 뿐인데 아내에게 나타난 변화는 정말 크다.
첫째는 시간이 많이 남아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TV는 눈으로 보는 것이라 늘 시선을 고정시켜야 하지만 음악은 청소를 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들을 수 있어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TV드라마를 보다 보면 손님들에 소홀하게 되고 손님도 드라마를 보며 좁은 가게에 오래 머물다보니 영업에 방해가 되던 불편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셋째는 TV가 있던 공간에 책과 꽃을 진열해 놓으니 한결 보기 좋고 깔끔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중충하고 낡고 검은 TV대신 깔끔한 화병과 책을 진열해 놓으니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이 하게 되고 손님도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넷째는 손님과 삶에 대한 진솔한 대화의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TV를 볼때는 그곳에만 집중하다보니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는데 TV를 치우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의 고민도 듣게 되고 내 고민도 털어놓다보니 서로 더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삶에 대한 통찰력이 깊어졌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것인데 아내는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듯 했다.
작가의 경험을 간접체험 함으로써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사고의 폭을 넓히고 그것을 통해 일어나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아내
내가 8년전에 담배를 끊은 것처럼 ....담배를 끊고 난 후 찾아온 변화에 스스로 놀라고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처럼....아내가 TV를 없애고 나타난 변화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기쁘다.
중독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독한 것인가.....그런 중독에서 벗어나 나는 담배를 끊고 아내는 TV를 치우고 독서광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