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철새 정치 지망생들

2008. 4. 11. 11:47세상 사는 이야기

18대 총선이 끝났다.최악의 선거 투표율과 보수의 약진 386과 진보의 몰락으로 나타난 이번 총선을 보면서 민심이 점점 정치에 무관심해짐을 느끼게 된다.특히 선거 전과 선거 후의 운동원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

내가 사는 선거구는 3개 시군이 묶여 후보가 나왔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라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대거 몰렸고 그중에 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내정되었다.속된 말로 개나 소도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 출마자 주변에는 얼굴도장 찍으려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나섰던 다른 후보는 무소속으로 나왔다. 무소속 후보는 2선 국회의원으로 당을 옮긴 전력이 있어 그다지 여론이 좋지 않았다.그런데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내정된 출마자가 평소에 지역에서의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어려서 자수성가하고 변호사를 지냈지만 그뒤 지역을 위해 봉사하거나 베푸는 것에 인색하고 덕망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곳은 현역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경선 때 이명박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도왔다는 죄로 공천에서 배제되었다는 풍문이 돌았다.그가 다시 나왔다면 당선이 확실시 된다고 지역사람들은 믿고 있었지만 결국 공천에 탈락하고 말았다.한나라당 조직력은 예나 지금이나 막강해서 당선은 따논 당상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있었고 후보 내정자도 안심하는 분위기였다.그런데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이상한 기류가 발견되었다.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후보자가 당선되면 한나라당으로 입당해서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로 한나라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에 지역구에 평판이 좋지않고 덕을 쌓지 못한 후보자에게 불만이 많던 여론이 점차 무소속 후보로 기울기 시작했다. 초반에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한나라당 후보가 2%정도 뒤집힌 것이다.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하던 선거가 끝난 선거일 6시 출구조사는 sbs는 한나라당 후보의 우세를 kbs,mbc,ytn은 무소속 후보의 우세를 예측했다.초반 개표결과는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는듯 했지만 선거 후반으로 가면서 무소속 후보가 역전을 하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2000여표 차이인 4%로 우세속에서 개표는 끝이 났다.

그런데 이와중에 나는 눈꼴 사나운 광경을 목격했다.
한나라당 후보의 주변에서 운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개표초반 우세라는 방송에는 와~하고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개표 후반 탈락이 기정 사실화 되자 하나 둘 빠져 나가더니 10시 정도 되니 한나당 후보의 사무실은 텅 비어버렸다.

그 사람들은 바로 무소속 후보의 사무실로 당선 축하를 위해 달려간 것이다.다음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는 시군의원 후보와 도의원 시장출마를 고려중인 사람들 모두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축하인사를 빌미로 모여들었다.
채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우루루 몰려가는 정치지망생들을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치적 도의나 신의는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자신의 입신양면만을 탐하는 사람들.....그것을 누구에게 배웠겠는가. 정치란 이런 것이다.줄을 잘서는 것만이 정치인으로 살아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친 것은 아마도 지금의 국회의원들일 것이다.......저들이 과연 나중에 정치인이 되면 민심을 대변하고 봉사하는 바른 정치인이 될 수있을까?
선거가 끝난 후 우루루 이동하는 몹쓸 정치 지망생들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몇자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