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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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줄어든 단골고객의 근황을 알아보니
갑자기 혹한이 닥쳤다. 올 겨울 날씨보다 유난히 추운 것은 마음이라고 한다. 들리는 것이 실직이요. 명퇴요.부도 소식이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겨울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 아내의 가게에 오는 단골 손님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발을 끊은 손님도 많다. 아내의 가게에는 참새 방앗간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세상 소식을 전해주는 손님 덕에 아내는 TV도 없는 가게에서도 세상과 소통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요즘 모이면 즐거운 이야기보다 우울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단골고객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피치못한 사정이 있거나 불황의 여파 때문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단골 손님들의 고민도 천차만별인데 하나하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았다. 단..
2008.12.06 -
명퇴의 중압감에 자살을 선택한 친구에게
친구 잘 지내시는가!.지금 이곳은 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네. 이 세상에서 자네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 실감이 나지를 않네 그려... 마흔 일곱 해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죄........한 회사를 평생 사랑한 죄....명퇴에 대한 불안감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죄..그것이 자네가 죽음을 택한 죄라면 나는 자네에게 더 큰 죄를 지었네. 그동안 자네가 겪었을 상심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세상을 등진 못난 놈이라고 욕한 죄.. 또 급하게 장례를 지내 마지막 가는 길 배웅도 못한 죄....이 보다 더 중한 죄가 어디있겠는가! 자네와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지 자네와 함께 짝이 되었고 3년동안 함께 했고 고등학교 역시 늘 함께 했었지.몸이 약..
2008.08.10 -
넥타이
넥타이나는 잠들어 있다잠 속에 꿈꾸는 나를풀어 논 넥타이가 내려다본다넥타이 속에는 아직빠져 나오지 못한 내 정신이헐떡이고 있다나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어린김과장은 내 눈에 가시다아니다 김과장 눈에 내가 가시다눈치 없이 명퇴도 안 하고자리에 앉아 있는 건 비굴한가김과장의 조소가 목을 조르지만조소 뒤에서 웃는 가족을 생각하며오늘도 나는 꿋꿋하게 견뎌냈다잠에서 깨어난 아침출근을 서두르며 넥타이를 매는 사이밤새 목 졸린 내 정신이비로소 이불 속에 눕는다그가 출근해서 돌아올 때까지오늘 하루 나는 평온할 것이다
200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