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조기사망의 원인이 된다

2008. 1. 5. 10:21편리한 생활정보

필자가 전공하는 분야는 예방의학, 그 가운데서도 역학이다. 동의어가 하도 많아 의대에서 주역도 연구하느냐는 농담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역학은 생활 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의학의 한 분야이다.

지난 일요일 ‘생활 습관과 건강 증진’이란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필자는 ‘중년 남성의 조기 사망과 관련된 생활 습관 요인’이라는 연제를 발표했다. 1993년에 건강한 중년 남성 1만4533명의 평소 생활 습관을 조사한 후, 이들의 사망 양상을 최근까지 근 1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이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기초 자료로서 그 내용을 소개하고, 실제 중년 남성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본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평소 생활 습관이 질병 발생이나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를 코호트 연구라 한다. 코호트 연구는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국내에서 수행된 예가 적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에서는 ‘서울남성코호트’라는 1993년 당시 만 40세에서 59세까지의 건강한 중년 남성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2001년까지 만 9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414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다. 이들 사망자는 전체 코호트의 3% 정도로서 평균 수명에 이르기 전에 사망했으며, 조기 사망으로 간주했다.

조기 사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인적인 위험 요인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자신의 의지로 변화나 교정이 가능한 생활 습관 요인이다. 그리고 둘째는 변화가 불가능한 요인이다. 후자는 유전적 소인 등과 같이 현재의 의학적 지식으로 적절한 평가나 예방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거나 또는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개선이 불가능한 요인이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주로 전자인 생활 습관 요인에 초점을 맞춘 연구와 보건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필자 등의 연구팀은 주로 생활 습관 요인의 평가에 주력했다. 즉, 기존 국내외 연구에서 질병, 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요인으로 흡연 및 음주 습관, 운동량 등의 육체적 활동량, 식이 습관 등을 조사하였다. 분석 결과 이러한 생활 습관 중 흡연 및 식습관이 조기 사망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 물론 연령 증가, 사회·경제적 상태 저하 등 사망에 보다 강력한 영향을 주는 요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논외로 하고자 한다.

건강한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코호트 집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조기 사망의 가능성이 50% 이상 증가했다. 한편 담배를 피우면서 야채나 과일과 같이 건강에 유익한 식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은 평균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망할 확률이 무려 2배 증가했다. 또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20%만 줄이더라도, 조기 사망하는 남성이 현재보다 10%는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인 중년 남성의 조기 사망은 전세계적으로도 수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국민 보건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이슈이다. 일반적으로 중년 남성이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겪게 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주위에서 보는 평범한 직장인 남성이 실행할 수 있는 조기 사망 예방 대책은 금연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건강한 식습관 또한 흡연자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연구진이 조사한 생활 습관 요인은 총 16쪽의 설문지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생활 습관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 그러나 현재 보건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는 운동량, 육체적 활동량, 비만도 등은 조기 사망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이러한 요인이 질병 발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질병별로 관련된 생활 습관 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흡연과 식습관이 조기 사망의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로부터, 이러한 요인이 주요 사망 원인 질환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예방의학계의 원로 교수 가운데는 금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이 많다. 이 연구 결과를 되돌아보니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이무송 / 울산대 의대 교수 · 예방의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