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그림
가장 아름다운 그림 이동호 어머니는 이름 없는 화가였다 하지만 나는 집안 어디에서도 붓이나 물감을 볼 수 없었으므로 어머니가 화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모심는 날 새참을 이고 논두렁을 걷고 감자꽃 흐드러진 고랑 사이를 오가며 한여름 뙤약볕 아래 호미질 하고 늦은 밤 호롱불 아래 침침한 눈으로 내 양말을 꿰매시던 어머니 잠시도 쉴틈없으시던 어머니는 언제 내 가슴 벽에 저토록 생생한 그림을 그려 놓으셨을까 지금도 어머니 그리운 날에는 살아 생전 평생 마음으로 그린 가장 아름다운 그림 한 폭 내 가슴 벽에서 꿈틀거리곤 한다
2007.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