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하는 아들을 따라 논산훈련소에 가 보니...

2010. 6. 15. 11:50세상 사는 이야기

6월 14일 1시 30분에 아들이 입영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아내와 나 그리고 빡빡 깍은 머리가 어색한 아들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속초를 떠나 중간에 홍천에 계시는 팔순 할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횡성 원주 문막 음성 청원 대전을 지나 논산까지 예상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다시 중부고속도로 그리고 호남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동안 강원도 경기도 충청남도 대전직할시 충청북도를 넘나드는 내내 아들은 잠만 잤습니다.
논산 인터체인지를 나와 논산 훈련소로 향하는 길목에는 입대전 준비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손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훈련을 받는데 도움이라도 될까 하는 마음에 차를 세우고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물품들이 있었는데 군화 깔창과 시계 발뒤꿈치와 발가락에 붙이는 밴드와 손톱깍기 등등 다양한 물품들이 있었습니다.
아주머니의 권유로 시계와 군화깔창과 밴드 그리고 썬크림을 사며 점심식사하기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훈련소 주변 보다는 시내에 들어가 먹는 것이 좋다며 가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일러주는 대로 시내로 들어서 이곳저곳 살피다 불낙정식을 하는 식당으로 들어섰습니다.
그곳에는 벌써 입대하는 장병과 부모들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는 동안 힘들어도 참고 늘 기분 좋은 일만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시간에 맞추어 훈련소로 향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들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거북이 걸음을 하기 시작합니다.


차도 옆에는 입대 물품을 파는 사람들이 열심히 손짓을 해댑니다.
어렵게 훈련소에 도착을 하니 주차장에는 벌써 차들이 빼곡합니다.
천천히 연병장을 향해 가는데 벌써 등에는 땀이 삐질삐질 ~~~
폭염이라고 할만큼 무더운 날씨 탓에 가만히 있어도 숨이 탁탁 막혔습니다.


잠시 벤취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들과 함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나니 운동장으로 집합하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지막 악수와 포옹을 하고 떠나는 아들을 보내며 눈시울이 붉어진 아내를 보니 제 마음도 괭하더군요.
운동장 속으로 사라진 아들....일반병과 모집병을 합쳐 어림잡아 약 7-8백명 되었는데 모두 빡빡 깍은 머리 때문에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 반동에 맞추어 진짜 사나이를 부르고 부모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거진 아버지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 모습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사나이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군악대에 맞추어 부르는 군가가 끝이 나고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목청껏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운동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한 후에도 참관한 부모들은 발길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입대를 하는 자식을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이 모두 한결 같은 듯했습니다.


앞으로 아들은 입영 1일차에는 입영식과 소대 및 내무실 편성 신체 검사와 인성검사와 보급품을 지급받고 입영 2일차에는 자격증과 특기자 파악과 신체검사 및 피복지급과 함께 입대할 때 입었던 사복 포장과 발송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입영 3일차에는 병원에서 정밀 신체검사와 함께 장교 부사관 모집 홍보와 종교행사가 이루어지고 입영 4일차에는 공개전산 부대분류와 사단 신병교육대로 배출하고 신체 이상자는 귀가조치가 이루어 진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산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5주간의 교육을 수료한 후에 자대배치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게으르고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가졌던 아들이 군대에 잘 적응할까 조바심을 내는 아내와 달리 나는 이번 기회가 아들에게 또 다른 인생의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군 생활을 통해서 자신을 진솔하게 되돌아 보고 인내심과 협동심을 배우고 자신의 앞날을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