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했던 어미개 잘 자랐습니다.

2010. 2. 20. 08:08사진 속 세상풍경

지난 해 가을 고향에 있는 어미 진돗개 이야기 '눈물겨운 어미개의 모정'이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풍산개 아빠와 진돗개 어미 사이에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는 낳자 마자 죽고 일곱 마리의 새끼들이 남았었습니다.
다행히 남은 일곱 마리의 강아지는 건강하게 잘 자랐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빨아대는 새끼들 때문에 점점 야위어 가는 어미개를 보며 팔순 아버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추석이 일주일 남았을 무렵 고향에 갔다 야윈 어미개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었습니다.
사료와 함께 생선을 푹 삶아 주는 데도 자꾸 살이 빠져 걱정이라는 팔순 아버지는 농사일만 아니면 젖을 떼고 우유를 먹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추석이 지난 얼마 후 어미를 위해 새끼들을 모두 마을 사람들에게 분양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전 설을 세기 위해 고향에 들렀을 때 몰라보게 튼튼해진 어미개를 보고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이 사진은 추석 일주일 전 고향에 들렀을 때 찍었던 사진입니다.
쉴새없이 파고드는 새끼 강아지를 위해 젖을 내어주느라 초췌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물겨운 어미개의 모정 때문인지 새끼들은 토실토실하게 잘 자랐습니다.
졸리면 잠을 자고 눈 뜨면 어미개의 젖무덤을 파고드는 녀석들의 모습 .....보면 볼수록 귀엽습니다.


이 사진은 추석 때 집에 들렀을 때 사진입니다.
일주일 전 보았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말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새끼를 일찍 분양해주기로 한 것도 너무나 앙상한 어미개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설날에 만난 어미개의 건강한 모습입니다.
축 처졌던 젖도 보이지 않고 허벅지도 살이 튼실하게 붙어 앙상했던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고향과 팔순 아버지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어미개의 건강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늘 함께 하던 아빠 풍산개가 세상을 떠나고 눈물겨운 모정을 보여주던 새끼들도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어미개....
팔순 아버지와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