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장자리 이래서 싫다

2009. 12. 18. 09:47세상 사는 이야기

올해도 이사하려는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 다니는 아이들 학비 때문에 집을 사려는 것을 1년 더 보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올 연말에 다시 임대 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그동안 살면서 불편했던 일들을 1년간 더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제가 이곳에 이사온 것은 이제 3년째입니다.
지난 번에 살던 전세아파트가 갑자기 경매로 넘어가면서 부랴부랴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이것 저것 따질 겨를도 없이 이사를 오다 보니 아파트 맨 가장자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2000년 지은 아파트인 이곳은 처음에 임대아파트 였으나 지금은 분양이 거의 완료된 곳입니다.
15층 건물 중에 2층인데 살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아파트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일어난다는 소음으로 여러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지만 윗층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오고 난 후에는 많이 잦아들었습니다.
또 복도식이라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떠드는 소리도 참을만 합니다.
그런데 가장 참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벽면에 피는 곰팡이입니다.
아파트 맨 끝에 살다보니 여름철이면 습기가 차고 이슬이 맺히기 일쑤고 급기야 시커먼 곰팡이가 펴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베란다의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유독 아파트 맨끝 벽면에만 검게 곰팡이가 피어있습니다.
이사올 때 청소하는 아주머니께 부탁해서 말끔히 청소를 하고 이사를 왔고 지난해에도 한 번 닦았는데 한철 지나면 금새 곰팡이가 핍니다.


15층에서 내려오는 듯한 배관이 베란다 끝에 있는데 시도때도 없이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정말 시끄럽습니다.
요즘 신축되는 아파트는 배관이 보이지 않게 시공을 한다고 하는데 이 아파트는 대부분의 배관이 겉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배관 사이에는 틈이 벌어져 있고 이런 틈 사이로 윗집 소음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합니다.


가장 심한 곳은 역시 밖과 안이 맞닿아 있는 모서리 부분입니다. 거실과 방은 계단 때문에 외부와 맞닿아 있지 않아 곰팡이가 피지를 않는데 유독 베란다 오른쪽 끝부분만 검은 곰팡이가 심합니다.


닦아낸 곳 위로 시커먼 곰팡이 얼룩이 보기 흉합니다.
겨울에는 그나마 습기가 덜해 그나마 낫지만 문제는 여름입니다.
늘 축축하게 젖어있어 닦아 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검게 변합니다.


알미늄 유리창문에도 곰팡이 얼룩이 끼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곰팡이 .....오래된 아파트 가장자리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 벽면에 곰팡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청소를 하고 한 해를 더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