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시골 찐빵

2009. 12. 14. 12:32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주 토요일이었습니다.
겨울 방학을 한 아들의 짐을 빼러 기숙사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에 속초에서 출발해 새로 뚫린 동홍천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까지 도착한 시간이 2시간10분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빠르게 도착한 것은 용대리에 터널이 뚫리고 동홍천 고속도로가 개통된 덕분이었습니다.
서울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기숙사에 도착을 하니 1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부랴부랴 짐을 빼고 청소를 마치고 나니 벌써 2시가 다되어 가더군요.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홍천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날이 어머니 기일이라 하룻밤 묵고 갈 생각으로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탓인지 차량 소통이 무척 많았습니다.
미사리를 거쳐 팔당대교를 타고 가다 양수대교를 건너려고 할 때 문득 찐빵집 생각이 나더군요.
양수대교를 건너기전 남양주 영화 촬영소 가는 길목 조안 면사무소 가기 전에 있는 이곳은 지날 때 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곤했던 곳입니다.
어디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시골찐빵인데 왜 저집만 저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일까?
오늘은 찐빵을 사서 고향에 계신 팔순 아버지께 사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니 예전처럼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도 똑같은 찐빵집이 있는데 왜 이집만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일까?
일단 도로옆에 차를 세우고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줄을 서고 한참을 기다려도 줄이 짧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개를 구입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했습니다.
이집에서 판매하는 것은 찐빵 5개 3천원 왕만두 5개 3천원 김치만두 10개 3천원 고기만두 10개 3천원 모두 네 종류였습니다.
주변에 줄을 서 있는 어떤 것이 가장 맛있느냐고 물으니 처음 줄을 서서 모른다고 하더군요.


잠시 뒷사람에게 자리를 부탁하고 주차정리를 하고 있는 총각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 뭔가요?"
"손님들 마다 다른데 다 맛있다고 하는데 제일 많이 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찐빵 같습니다."
"주말이라서 이렇게 줄을 서있는 것인가요?"
"아니예요, 평일날도 똑같습니다. 오늘은 주변에 도로공사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은 겁니다.."
"도대체 하루에 매상이 얼마나 오르나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사장님만 아시죠...."


한참을 기다리고 난 후 차례가 돌아오자 찐빵 2인분과 고기만두 3인분을 시키고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종업원을 더 쓰거나 가게를 좀더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아, 예,,,그렇지않아도 지금 옮기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차문제와 다른 문제 때문에 이곳에서 장사를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아 곧 옮기려고 합니다..."
"도로에 차를 대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이 계속 방송을 하던데요.."
"예,,,그동안 벌금을 물기도 했는데 사고 위험 때문이라도 옮기려고 합니다"


마치 불이 난듯 자욱한 실내....기다리다 지쳐 아예 상자로 구입해 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한 상자에 34개 든 찐빵을 2만원에 판매하더군요.


찜기에 들어가기 전 고기만두의 모습....찐빵과 만두를 쪄내는 것은 사장님 혼자서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알맞게 익혀 내는 것 또한 맛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40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손에 들어온 찐빵과 만두....이제는 식지 않게 고향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약 50분간 달려서 고향집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팔순 아버지께 내놓은 찐빵과 만두....식었지만 아직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먼저 고기만두를 먹어보았습니다.
전혀 느끼함이 느껴지지 않고 담백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평소 밀가루 음식을 잘 드시지 않는 아버지도 맛있다며 아주 잘 드셨고 조카들과 형님 내외분도 모두 맛있다며 흡족해 하더군요.
찐빵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호빵처럼 달지도 않고 부드러운 맛이 입에 착착 감겼습니다.
주인의 정성과 손맛이 맛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한적한 시골길 옆에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비닐 하우스 찐빵집....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숨겨져 있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