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갔더니 탱글탱글한 앵두가 주렁주렁..

2009. 6. 7. 15:40세상 사는 이야기

어제는 현충일이었습니다. 모처럼 고향에 가기로 약속했었는데 갑자기 또 일이 생겼네요. 오전 내내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양양의 한계령을 넘어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어쩌면 모교에서 마지막 동문체육대회가 될지도 모른다며 꼭 참석하라는 회장의 부탁으로 늦더라도 꼭 참석하마 했으니 마음이 무척이나 조급해졌습니다. 1954년 5월10일 개교이래 54회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올해는 졸업생이 12명이고 신입생은 5명 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학교로 전락했습니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읍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하다보니 시골 면소재지에 있는 학교는 점점 수가 줄어 폐교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참 딱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동문들의 한결같은 고민이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체육대회가 끝나고 장기자랑과 경품추첨이 한창이었습니다. 늦게 참석했지만 오랫만에 보는 동문과 동기들의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습니다. 동문회가 끝나고 팔순 아버지의 저녁식사를 차려 드리려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다슬기 해장국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마당 한 구석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앵두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까 바쁘게 집에 들려 아버지께 문안인사를 드릴 때는 보이지 않던 빨간앵두가 한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이 앵두나무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심어놓은 것이었는데 돌아가시고 난 후에 유난히 앵두가 많이 달리는 것 같다는 아버지의 말씀처럼 주렁주렁 달리고 과육도 탱글탱글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화초와 나무를 가꾸는 것을 좋아하신 어머니는 사랑초며 선인장, 진달래, 단풍나무, 라일락, 후박나무등 마당에 많은 나무들을 심어놓으셨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주신 사랑초를 키우고 있는 나는 어머니처럼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사랑초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 알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거리면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고이고 마음 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오릅니다.
앵두를 따 주시며 한 그루 퍼 가라는 아버지......아파트만 아니라면 정말 한 그루 갖고 싶어집니다.


시장에 나가면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는 앵두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남아있는 앵두를 해마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아들이 먹는 앵두와 아내와 먹는 앵두 그리고 내가 먹는 앵두....똑같은 앵두를 먹으면서도 앵두의 맛이 다른 이유는 그 속에 담겨있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앞으로 한동안 어머니가 많이 그리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