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길들여진 조미료를 바꿔 보았더니...

2009. 6. 5. 07:47세상 사는 이야기

무엇인가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나도 모르게 길들여지고 중독이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닳았을 때 그것을 다시 되돌리기가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사실 처음부터 조미료를 바꾸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고향에 가는 길에 꿀을 사려고 지방 특산물 가게에 들렸는데 그곳에서 황태로 만든 조미료를 선물 받았다. 예전부터 아내와 친분이 있는 곳이었는데 요리할 때 넣으면 구수한 맛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갖다 놓고도 한동안 쓰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후 늘 쓰던 조미료가 떨어질 무렵 이마트에서 장을 보다 새로운 조미료를 발견했다.
이마트에서 새로 선보인 것이라고 했는데 해물맛이 나는 것과 나트륨의 양을 줄였다는 쇠고기 조미료였다.자연재료를 듬뿍 넣었다는 문구와 함께 나트륨의 양을 30%정도 줄였다는 문구가 내눈을 사로 잡았다.


이번 기회에 한번 바꾸어 볼 심산으로 두 개를 카트에 넣었다. 다음날 아침 시원한 무국을 끓일 때 예전의 선물 받았던 황태 조미료를 넣어보았다. 그런데 무의 시원함 보다는 텁텁한 육수와 같은 맛이 났다.나물 무침에 나트륨의 양을 줄였다는 조미료를 넣어 보았다. 맛이 밍밍해 오히려 예전보다 소금의 양을 더 넣어야 했다. 문제는 짠맛에 길들여진 입맛과 어릴 적 부터 길들여진 조미료 맛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미원과 다시다는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원은 태어나면서 부터 아니면 그 후 적어도 40년은 훌쩍 넘었을 것이고 다시다 역시 오랜시간 내 입맛을 길들여왔다. 아니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이미 심각한 중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국을 끓여도 나물을 무쳐도 도무지 예전의 맛이 나지 않으니 국과 반찬에 손이 가지 않는다. 아내가 새로 사온 조미료를 멀리 하더니 기어코 예전의 조미료를 다시 사왔다. 맞벌이를 하기 전에 아내는 직접 조미료를 만들기도 했었다. 멸치와 다시마를 갈아 쓰기도 했지만 맞벌이를 시작하고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저녁 늦게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면 씻고 자기 바쁘다.
또 직접 요리를 해먹기 보다는 아내의 가게 아래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사다 먹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조림과 콩자반 그리고 깻잎무침과 비름나물 등등....하지만 반찬가게 사장님도 똑같은 조미료로 맛을 내고 있다고 했다.  
식당 음식을 오래 먹을 수 없는 것도 조미료 때문이라는 소리를 많이 한다. 한 곳의 음식을 오래 먹으면 질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모든 음식에 똑같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더 빨리 질린다는 것이다. 웰빙이 대세인 요즘 음식의 재료도 중요하지만 조미료의 양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조미료를 바꾸는 것 조미료의 양을 줄이는 것....이것 역시 담배를 끊는 것 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