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혼자 숨진 할머니 사연을 들어보니....

2009. 5. 25. 07:48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주에 가까운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중에는 노인 요양사 보호 교육을 함께 받은 사람들이 셋이 있었는데 서로 일이 바빠 만날 수 없던 사람들이라 더욱 반가웠다. 소문도 없이 이사를 가 버린 단골식당을 찾느라 한참을 헤맨 끝에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노인 요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자리에서 동석했던 통장 아주머니로 부터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주머니께서 아파트에서 혼자 돌아가신 할머니 때문에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남자보다 더 활동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통장님은 동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찾아 뵈었을 때 모습이 눈에 선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동네의 후미진 아파트에 거주하게 된 것은 약 3년정도 되었는데 늘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에게 자식이 없냐고 물으면 말없이 웃기만 하셨다는 할머니는 찾아뵙고 온지 일주일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주변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돌아가시고 난 후 시에서 장례 문제로 가족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곳저곳 수소문 하는 과정에서 자식들이 있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지만 어디에도 흔적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할머니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받게 하기 위해 각종 서류를 말끔하게 정리한 것 같다고 했다.
장례문제를 고민하던 시에서는 자식들이 있다는 가정하에 나중에 일어날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묘지에 안장했다가 6개월 후에 화장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그래서 통장 아주머니의 도장과 주변에서 할머니를 돕던 사람들의 진술과 서류를 첨부해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요즘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독거노인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는 통장 아주머니는 독거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의 병이라고 했다. 육체적인 노환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자식들로 부터 버림 받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한결같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들의 행동이 창피하기도 하려니와 자식들이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에 그냥 가슴에 묻고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인문제는 농촌 뿐만 아니라 도시지역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에 이미 전체 인구중 노인인구가 7%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7년에는 노인인구가 14% 이상되는 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2023년에는 노인인구가 23%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가 34.4%로 세계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비해 사회복지 시설이 뒷받침 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나마 사회복지 시설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다행이지만 할머니처럼 자식들로 부터 소외되거나 버려지는 경우에는 그 혜택마저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일전에 소개했던 할머니의 경우도 자식들로 부터 철저하게 소외당해 요양원에 가고 싶지만 자식들이 동의해주지 않아 갈 수 없다며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을 함께 겪고 있었다.
각 지역의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에 의해 독거노인들이 관리되고 있지만 턱없이 인력이 부족해 늘 아쉬움을 느낀다는 통장 아주머니의 말이 현재 우리 사회복지 시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