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세러 집에 갔다 이혼하고 온 후배

2009. 2. 5. 11:09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밤 후배와 술을 마셨다. 지방에서 건축을 하는 후배는 설을 세러 간다고 서울로 올라 간 후에 열흘이 지나서야 내려왔는데 그동안 내려오지 못한 이유를 알고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설을 세러 올라가서 빨리 오지 못한 이유가 아내와 이혼 도장을 찍고 내려오느라 늦었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큰 회사에서 건축사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밀려나 개인 회사에 취직했는데 서울쪽에 일이 없다보니 지방의 펜션이나 개인주택 위주의 건축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북 울진 포항 등지로 돌며 집을 짓다보니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리기도 어려웠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열심히 일을 해서 매달 생활비로 200여만원의 돈을 아내에게 송금했다고 한다.
중학교 다니는 아들만 둘인 후배는 늘 전화로 아내와 아들 목소리 듣는 것을 낙으로 삼았는데 아내가 바람을 핀 다는 사실을 알고는 화가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스포츠 조선>

아내는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과 알게 되었고 아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집에도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남편보다 집에 자주 드나드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경비 아저씨가 지난 추석 때 후배에게 귀뜸해주면서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후배는 지방에 내려 갈 때 친한 친구에게 아내를 감시해줄 것을 부탁했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아내의 불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화가 난 후배에게 더 기가막혔던 것은 설날이라 집에 가보니 집은 텅비어 있었고 아이들은 할아버지 집에 데려다 놓고 친정으로 가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내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고 더더구나 아이들도 맡을 수 없다는 소리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간통으로 고소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일인데 적반하장으로 들이대는 아내 때문에 며칠동안 술을 마시며 생각했고 결국 바람난 여자 잡는 것 보다 깨끗하게 이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는 후배...천성이 말이 없는 후배가 요 몇달 사이 혼자서 끙끙 앓았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졌다...차라리 건축일을 하지 않고 아내와 다른 일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며 자신을 한탄하는 모습에 딱히 위로해줄 말이 없어 애꿋은 술만 들이켰다. 
새해 벽두부터 후배의 이혼 소식에 하루종일 마음이 심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