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아있는 주식에 미쳤던 흔적들

2009. 1. 15. 12:36사진 속 세상풍경

주식에서 손을 끊은 지가 벌써 6년이 다되어 가는 듯하다. 한때는 주식이 하루 생활의 전부였다시피 했고 데이 트레이딩 하느라 밥을 거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당시 잘나가는 스타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밤낮없이 공부도 했었고 팍스넷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처음에 데이 트레이딩으로 코스피종목과 코스닥 종목을 매매하며 잠시 재미도 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액이 늘어나기 시작했다.여유자금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량 종목에 투자하라는 기본을 무시하고 또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부화뇌동하던 매매 습관이 나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었는데 상장폐지된 대우전자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종목이었다.
대우전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준 종목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은 대우전자가 회생가능할 것으로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관리종목으로 당시 세계 최초 무세제 세탁기 개발로 회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었고 회사가 상장폐지 될 것으로 믿는 사람이 없었다. 거기에 동호회 시삽이라는 사람도 대우전자가 절대 망할 염려없으니 최대한 보유주수를 늘릴 것을 주문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상장폐지 되었고 마지막 날 모두 매도해버렸다. 기억으로는 마지막날 주당 400원에 매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며칠 전에는 아이방을 옮겨 주려고 방 정리를 하다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주식투자의 흔적들을 보면서 그때의 아픔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의 들였던 시간과 돈과 열정이 지금은 그저 잊고 싶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데이트레이딩을 할 때 썼던 증권 무선 단말기 큐스탁과 동호회에 참석했을 때의 명찰....큐스탁은 급한 일로 외출할 때 주식 호가를 알 수 있도록 해주던 것으로 차라리 없었던 것이 나을 듯 싶었다. 나갈 일이 있을 때는 주식 매수를 하지 않고 가는 것이 편한데 큐스탁을 갖고 부터는 어느 곳에서든 이것을 들여다 보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시에 주식에 관련된 서적도 많았는데 주식에서 손을 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주었는데 아직도 몇 권이 남아있었다.


당시 노트에 빼곡하게 적혀있는 주식강좌 노트...학교 다닐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무엇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식에 투자하여 성공하는 사람보다 손실을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더구나 한국에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개미가 성공하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작전주에 걸려서 매도하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떨어지던 아픈 기억들 하루라도 종목을 매매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던 기억들.....지난 해 초반 중국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한국 증시도 거침없는 상승을 할 때에도 나는 주식투자에 대한 유혹을 느끼지 못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뼈져리게 경험을 했었기에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을 다시 주식투자로 흔들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작년 초 2천만원을 벌었던 것을 연말에 원금까지 반토막이 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인생에서 가장 끊기 힘들었던 담배와 주식을 모두 끊은 지금은 편안하고 행복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고 나니 집착이 사라지고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문득 옛날 흔적들을 보니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