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닮은 꼴 강호동과 이창호

2008. 12. 30. 08:43연예가 이야기

2008년 연말 연예대상이 진행중이다. 어제 끝난 MBC 연예대상에서 강호동이 대상을 수상하며 KBS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씨름판에서 포효하던 청년 천하장사 강호동이 중년이 되어 2008년 연예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국민MC 유재석도 강호동에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한 해를 보냈지만 MBC에서는 연속 수상이라는 것이 조금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 모두 2008년 최고의 예능인이라는 것과 연예계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인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그런데 늘 강호동을 볼 때 마다 나는 바둑기사 이창호가 생각난다.
이창호가 스승 조훈연을 만나 한국을 평정하고 또 세계의 최강자로 군림했듯이 강호동 역시 MBC의 터줏대감 이경규가 있었기에 오늘의 자리에 이르렀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노력이었지만 자신의 텃밭을 내어준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고사성어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다. 쪽[藍]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강호동과 이창호 모두 타고난 재능과 열정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스승을 뛰어넘은 청출어람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천재기사 이창호는 1984년 8월
조훈현 9단의 내제자로 입문하며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간 후 1986년 11세 때 입단을 하게 된다.그리고 88 올림픽이 열린 12월 12일 입단 후 스승과의 첫대결이었던 최고위전 도전기 제1국에서 스승인 조훈현 9단에게 80수만에 불계패 한다. 그러나 다음해인 89년 1월 스승에게 연패 한후 귀중한 첫승을 거두고 이듬해인 90년 2월 마침내 최고위전 도전기에서 처음으로 스승인 조훈현 9단을 꺾고(3승 2패) 타이틀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91년 2월 충암중학교를 졸업하며 스승인 조훈연 9단의 집을 나온 이창호는 차례차례 스승의 기록을 깨게 되는데 93년 역대 최대 다관왕인 12관왕으로 이전 스승 조훈연의 11관왕을 갱신하게 된다(현재 기록은 역시 이창호가 갖고 있는 13관왕) 또 14년 1개월만에 세계 최단기간 1000승 달성(조훈연은 34년) 입단 15년만에 100개 타이틀을 획득(조훈연 26년만에 100개 타이틀 획득)하며 세계 최고의 기사로 군림하였다.


강호동 역시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이경규에게 발탁되어 마침내 2008년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1993년 당시 후배 개그맨을 물색하던 이경규의 눈에 띈 강호동은 처음에는 이경규의 제의를 거절했지만 "네가 스타덤에 오르지 못한다면 나도 은퇴한다." 는 확신에찬 권유로 93년 특채 개그맨으로 입문하게 된다. 그해 <오늘은 좋은 날>의 소나기에서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철없는 연기와 유행어 '행님아~'로 인기를 끌었다.그리고 개그맨으로 입문한지 15년만인 2008년 한 해 동안 MBC 무릎팍 도사와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으로 최고의 연예인으로 등극했다.
이경규가 91년 92년 거푸 MBC 방송대상 코미디 부문 대상을 휩쓴 전성기 때를 뛰어넘는 활약을 보이며 대상을 받는 강호동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하는 이경규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강호동에게 있어서 이경규만큼의 스승도 없고 이경규만큼의 은인도 없다.수상 소감에서도 늘 밝혔듯이 강호동에게 이경규는 평생 잊지못할 스승이며 후원자가 틀림없고 또 그 스승을 뛰어넘는 재능을 보여준 강호동 역시 훌륭하다. 여타 다른 스포츠 스타들이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키며 사라지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운동선수들이 많은데 15년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강호동의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 역시 칭찬받아 마땋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창호나 강호동처럼 스승을 뛰어넘으려는 노력과 재능을 보인다면 그 사회는 한층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09년에는 사회 전반에서 청출어람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출처: 마이 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