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정진영 유리왕 연기 탁월했다

2008. 12. 19. 08:00연예가 이야기


아내와 내가 유일하게 같이 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바람의 나라다. 사극을 좋아하는 아내와 나는 해신과 대조영 그리고 주몽의 열렬한 팬이었고 지금은 바람의 나라에 심취해 있다.
하지만 처음 '바람의 나라'를 시작했을 때는 그동안 보아왔던 사극을 혼합해 놓은 듯한 분위기에 긴장감이 덜했다. 아내 역시그동안 보아왔던 사극처럼 드라마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며 지루해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늘 한 사람의 연기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바로 유리왕 역의 정진영이었다.
작은 체격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눈빛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며 좋아하곤 했다.
이런 정진영의 연기는 초중반의 답보 상태에 있던 바람의 나라를 든든하게 받쳐준 버팀목이었는데 목요일 끝난 30회에서 보여준 마지막 연기는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대가들과 제가회의를 소집해 태왕의 자리에 오르려는 배극에게 태왕으로서의 위엄으로 호통치는 장면과 배극에 의해 추모신검에 찔리면서도 고통을 감내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도절과 해명, 그리고 여진까지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의 고통과 남아있는 무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진한 부성애가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유리왕의 역할이 왕으로서의 역할 보다는 내면 연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배역이었다는 것은 바람의 나라 출연진 소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언제나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품고 있는 배우 정진영. 그가 이번엔 인간과 왕 사이에서 고뇌하는 ‘유리왕’ 역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했다. 고구려 영토 확장의 초석을 마련한 왕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고뇌와 슬픈 운명을 지니고 있는 ‘유리왕’의 복합적인 감성을 그가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지 기대가 모아진다. <바람의 나라 홈페이지 출연진 소개중>



배우 정진영이 유리왕으로 낙점되었던 것은 2005년 관객몰이를 했던 ‘왕의 남자’에서 광기어린 폭군 연산으로 분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것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3년 영화 '황산벌에서 '김유신'역으로 출연했던 정진영은 2005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에서 폭군 연산으로 왕의 연기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런 그가 다시 왕으로 분한 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는 밖으로 광기를 폭발했던 연산의 역할과는 대조적으로 왕으로서 내색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적 고뇌와 슬픔을 억누르는 내면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14년 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던 그를 섭외하기 위해 대본을 맡겼을 때 자식을 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희생시키는 운명을 가진 아버지 역을 그린 대본이 아주 좋았다며 볼거리와 스케일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의 뜨거운 이야기가 담겨있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던 배우 정진영. 그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왕이라는 생각보다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죽여야 하는 아버지의 아픔을 느꼈어요. 이 나이가 되니까 점점 아버지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데 제가 실제로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번 역할이 더 마음에 와닿고 도전할만한 캐릭터란 생각을 했어요."
그가 까다롭게 선택한 드라마 였고 그 역할에 충실했기에 조연이면서도 주연처럼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바람의 나라를 통해서 보여주던 정진영의 내면 연기가 30회에서 마지막 불꽃처럼 활활 타오른다며 눈물을 훔치는 아내
남자인 나도 유리왕의 비장함과 진한 부성애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