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로 농산물 팔러 다니시는 할머니

2008. 11. 30. 16:18사진 속 세상풍경

일요일 오전입니다. 전날 손님이 부탁한 물건을 구하러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어제까지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가 춥더니 오늘은 조금 풀린듯 합니다. 산에 쌓여 있는 눈을 보니 벌써 겨울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도 주말이라 공원 앞 방파제에는 짙푸른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신호등에서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 오른쪽을 바라본 순간 유머차를 끌고 가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순간 불쑥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류마티스 관절염 때문에 고생하셨는데 늘 마실 다니실 때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곤 했습니다. 지팡이를 집고 다니시는 것보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게 더 편하시다며 애용하셨고 마을에서도 어머니처럼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던 분들이 몇 분 더 계셨습니다.
물건 싣고 다니기도 편하고 불편한 다리도 유모차에 의지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하셨던 어머니.......
유모차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를 보니 왈칵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서시더니 무엇인가 주섬주섬 펼쳐 놓았습니다.
오른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할머니 있는 곳을 가보았습니다. 어머니처럼 뽀글뽀글 파마를 하신 할머니는 마치 어머니를 뵙는 듯 했습니다.


주름진 얼굴에 힘들었던 농사일 때문에 손마디 마디 굳은 살이 박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내려 놓은신 물건은 다름아닌 직접 농사를 지은 농산물이었고 왕복 6km를 농산물을 팔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다니신다고 했습니다. 리어커는 너무 무겁고 힘들어 유모차에다 싣고 다닌다고 했습니다.직접 농사진 팥과 직접 담근 고추장을 내려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모차에는 지은 농산물이 가득 실려있었는데 고추가루와 토종밤들과 직접 지은 쌀이 가득 실려 있었는데 유모차를 움직여 보니 무게 때문에 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무게로 따지면 50km이상 될 정도로 묵직했습니다. 


유모차 아래에는 무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무 한 개에 천원인데 무겁고 부피만 많이 차지해 더 싣고 다니고 싶어도 실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시내버스에서 내리는 손님에게 농산물을 팔던 할머니가 바닷바람 때문에 추우신지 외투를 걸치고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등이 굽은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가는데 차들이 휙휙 지나갑니다. 반대편에는 인도가 있지만 지금 다니시는 길은 인도가 따로 없어 무척 위험하더군요.


저 농산물을 다 팔아봐야 5만원 손에 쥐기 힘들다는 할머니 왕복 6km가 되는 곳을 날마다 다닐 수 없어서 일주일에 3~4번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져가 팔다 해가 질 무렵이면 돌아가신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기름값이 많이 들어가는 겨울이라 정말 힘들다는 할머니 .....이러다 눈이라도 많이 오면 이 장사마저 못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합니다.
할머니께 시장 장터로 가서 파실 것을 권하자 물건을 차에 싣기도 힘들고 시장에 가도 물건을 옮겨줄 사람도 없이 혼자 장사를 나가는 것이 편하다는 할머니.......유모차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4차선 도로 위로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다 혹시 사고라도 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