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토끼를 아시나요?

2008. 11. 17. 15:15세상 사는 이야기

어렸을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많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도회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시골스러움....그것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고 그리움이 되었다. 어릴 적 자라던 시골에 가도 옛날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산골 구석구석 집들이 들어서고 골짜기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고향에 가도 고향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 벌써 또 한 해가 다 지나간다. 대청봉에 눈이 내리고 낙엽비가 우수수 내리는 겨울의 초입이다. 내게 있어 겨울이면 생각나는 것들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구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에 우리집은 유난히 고구마를 많이 심었다.논농사는 없고 밭농사만 짓다보니 조와 보리 그리고 고구마를 많이 심었다. 겨울이면 웃방에는 미군 드럼통이 4개가 놓였고 그 속에는 가득 고구마가 담겼다. 겨우내 식량인 셈이었는데 시도때도 없이 드나들며 신물나게 고구마를 먹곤했다. 맛이 어떠냐고 묻는 다면 정확히 모른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기 바빴으니까.....
그래도 할머니가 구워주시던 군고구마는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생길 정도로 맛있었다.
그 다음에 생각나는 것이 물토끼다. 물토끼라고 하면 대부분 이것이 무엇인가 궁금할 것이다.
물토끼는 물에서 살면서 토끼처럼 뛴다고 해서 물토끼라고 불렀는데 바로 개구리를 말하는 것이다.


어릴 적 고기를 먹을 기회가 없어서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거나 겨울에는 개구리를 잡아 먹곤했다.
지금이야 동해안에 살다보니 생선이나 회를 많이 먹게 되었지만 어릴 적 생선은 명절이나 아버지 생신 때 오르는 진귀한 반찬이었다. 겨울 방학이 되면 지렛대를 들고 계곡이나 산골짜기를 찾아 다니며 개구리를 잡곤 했는데 그때 웅덩이 하나 잘 만나면 양동이 반정도 찰 만큼 개구리가 많았었다. 포장마차에서는 참새와 개구리가 단골 안주로 오르내리곤 했다.
여담이지만 방앗간을 하는 친구 어머니는 쥐요리를 잘 하셨다. 방앗간을 하다보니 쥐덫을 많이 놓아 날마다 그 쥐를 벗겨 참새고기라고 속여서 친구와 내게 주었다. 나중에 그것이 쥐고기라는 것을 안것은 겨울이 다 지나갈 무렵 이었으니 토악질을 한다고 먹은 쥐고기들이 다시 올라올리 만무했다.
요즘은 멸종위기종인 야생개구리 포획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최고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아직도 강원도 산골에는 몰래 개구리를 잡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횡성군의 김모씨는 올초 1월 16일 식용개구리 58마리를 잡았다가 합동단속반에 적발돼 경찰에 넘겨지기도 했다고 한다.
"개구리를 잡으러 가자" 하면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으니 남들이 모르는 말을 써야한다며 "물토끼 구경가자"하고 말을 바꾸었다는 우스개 소리처럼........그 흔하던 개구리 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