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카페를 둘러보다

2008. 10. 4. 15:03사진 속 세상풍경

가을이다 .가는 곳 마다 바람에 몸 흔드는 억새와 갈대의 손짓에 마음이 살랑거린다. 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마음에 감성이 풍부해지고 혹은 예민해지기도 한다. 오늘은 개천절 연휴 무작정 드라이브를 즐기러 이곳 저곳 다니다 우연히 옛날에 들렀던 카페 앞에 멈춰섰다.
그곳에는 백년은 넘었을 갈참나무가와 소나무가 서있는데 길에 떨어진 도토리 부서지는 소리에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나서 차를 세웠다.
이곳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하복리에 있던 카페로 옛날 방앗간을 커피숍으로 개조하여 운영되던 복골방앗간 커피숍이었다.이곳 내부에는 옛날 방앗간에서 사용하던 발전기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어 한결 옛스런 운치를 자아내던 곳이었다.


지나는 길에 차 바퀴에 치이는 도토리 부서지는 소리에 문득 떠오른 옛날 복골방앗간 카페....아직도 그때처럼 무성한 갈참나무에는 도토리들이 바람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너무나 작아보이는 카페가 그대로 있었다.


옛날에 있었던 복골방앗간 간판은 썩어 부서진 채 갈참나무 아래 그대로 있었다. 참 운치 있었던 카페였었는데.....


안에는 많은 민속공예품이 있었다. 그중 하나인 듯한 짚신이 아직도 길가에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팝송인지 가요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낡은 LP판이 숲에 버려져 있다. 길을 지날 때면 들리던 추억의 노래가 귀에 잉잉 거리는 듯하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풀들이 무성하고 입구에는 거미줄이 집을 지었다. 방앗간 그대로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한 카페라서 더욱 친근했던 카페였다.


라이브를 하던 무대는 무너져내렸고 아담했던 무대 조명도 모두 철거되었다. 그래도 위에 스피커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내부 장식은 목조(탁자, 의자, 멍석 등)와 카페 중앙에 장작을 지피는 페치카로 꾸며놓아 고풍적이면서 전통적 분위기를 가미시켜 조용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겨울에 차 한 잔 마시며 듣던 라이브 음악과 방앗간 발전기가 옛추억에 잠기게 했었는데.....지금은 지붕도 뻥 뚫린 채 폐허가 되어있었다.


복층으로 되어있던 카페 내부...신발을 벗고 올라가 창문을 내다보면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다.


2층 창문 밖에는 예전 그때처럼 시원한 가을 들녘과 푸른 동해바다가 그대로 보였다. 참 멋진 풍경이다.이곳에서 전통한방차 뿐 아니라 토속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연인과 술을 마시게 되면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연인에게 취하는 곳이었다.지금도 98년에는 바캉스특집 동아일보에도 소개되었을 만큼 유명했다. 아직도 인터넷 상에는 영업을 하는 곳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방앗간 기구를 이용한 창문은 마치 풍차를 연상시키곤 했는데 그때 차를 마시며 남겼건 낙서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마시던 오미자차가 생각난다. 


카페가 문을 닫기 전인지 아니면 문을 닫고 난 후 그냥 방치된 곳에 와서 술을 마시고 낙서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낙서 하나...
가을에 보는 옛 카페의 모습은 쓸쓸하고 초라했지만 폐허가 된 카페를 둘러보며 되새기는 추억은 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