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3)
-
병신과 머저리 (이청준 작) 줄거리 읽기
병신과 머저리 작가 이청준(1939- ) 전남 장흥 출생. 1965년 제7회 「사상계」신인 문학상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이어도」로 한국일보 창작문 학상 수상.「별을 보여 드립니다」「소문의 벽」등이 있다. 줄거리 아마추어 미술학도인 혜인과 헤어진 후 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윤곽선만을 따놓고 고심한다. 그리고 6·25때 패잔병으로 낙오되었다가 동료를 죽이고 탈출했다는 형의 과거에 대해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림을 진전시킬 수 없게 되고 고민만 한다. 형은 외과 의사로 20년간을 지내던 중 열 살짜리 소녀가 수술 중에 죽자 병원 문을 닫는다. 형은 병원 문을 닫은 다음 날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나는 그림에 손을 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나는 형이 쓰고 있..
2008.02.15 -
눈길 / 이청준
1. “내일 아침 올라가야겠어요.” 점심상을 물러나 앉으면서 나는 마침내 입 속에서 별러 오던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노인과 아내가 동시에 밥숟가락을 멈추며 나의 얼굴을 멀거니 건너다본다. “내일 아침 올라가다니. 이참에도 또 그렇게 쉽게?” 노인은 결국 숟가락을 상위로 내려놓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고 있었다. 나는 이제 내친걸음이었다. 어차피 일이 그렇게 될 바엔 말이 나온 김에 매듭을 분명히 지 어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예, 내일 아침에 올라가겠어요. 방학을 얻어 온 학생 팔자도 아닌데, 남들 일할 때 저라고 이렇게 한가할 수가 있나요. 급하게 맡아 놓은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요.” “그래도 한 며칠 쉬어 가지 않고… 난 해필 이런 더운 때를 골라 왔길래 이참에는 며칠 좀 쉬어 갈 줄 알았..
2008.01.08 -
병신과 머저리 /이청준
화폭은 이 며칠 동안 조금도 메워지지 못한 채 넓게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돌아가 버린 화실은 조용해져 있었다. 나는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형이 소설을 쓴다는 기이한 일은, 달포 전 그의 칼 끝이 열살배기 소녀의 육신으로부터 그 영혼을 후벼내 버린 사건과 깊이 관계가 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 수술의 실패가 꼭 형의 실수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피해자 쪽이 그렇게 생각했고, 근 십 년 동안 구경만 해 오면서도 그쪽 일에 전혀 무지하지만은 않은 나의 생각이 그랬다. 형 자신도 그것은 시인했다. 소녀는 수술을 받지 않았어도 잠시 후에는 비슷한 길을 갔을 것 이고, 수술은 처음부터 절반도 성공의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런 사건은 형에게서뿐 아니라 수술중엔 어느 병원에서나 일어날 ..
200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