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지으려다 홧병났습니다.

2008. 3. 26. 16:28세상 사는 이야기

무슨 일이든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있고 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화가나서 견딜 수 없는 일이 있다.그것을 사람들은 홧병이라고 부른다고 했던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잘 아는 형님이 특허받은 좋은 아이템이 있어 함께 동참하기로 했다. 넉넉잡고 한 4개월이면 공장을 짓고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 다녔다. 얼마지나지 않아 공장부지를 정하고 공장 입지조사와 타당성 검토를 맡겼다. 필요한 서류인 공장신설 승인신청·창업사업계획승인신청서, 공장설립사업계획서(창업사업계획서),토지이용계획확인서, 지적도(임야도), 토지(임야)대장, 토지매매계약서, 토지(건물)사용승낙서,현황실측도,의제처리 신청서류 등 꼼꼼히 챙겨 제출했다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었으므로 당연히 빠른 시일내에 답변이 내려오리라 생각했는데 서류기안상의 기일을 꼭 채워서 회신이 왔다.사전재해영향 성 검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길게는 30일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다른 공장이 만들어온 것을 보니 사전환경성 검토와 사전재해영향 검토가 함께 묶여있는 것이 어림잡아 3~4백 페이지 분량의 책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럼 지난번에 미리 말해주지 이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하도 분통이 터져 다른 시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전화로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혹시 다른 해결방법이 있는지 속시원히 알고 싶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 사람 말을 듣고는 까무라쳐 죽을 뻔 했습니다.
공장부지가 몇 평이고 건물이 몇 평이냐고 묻더니 그런 것 받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계획관리지역내 공장 설립시 규제완화로 사전환경성 검토대상을 현행 모든 공장에서  5천㎡ 이상 공장만 받고 사전재해영향 검토대상도 현행 500㎡ 이상 공장에서 5천㎡ 이상 공장만 받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지방도시를 순회하며 모두 교육까지 시켰다는 것입니다.
계획관리지역내 5천㎡ 미만 공장 설립시에는 사전환경성 검토와 사전재해영향 검토가 면제한다는 내용을 말이지요.
교육을 받고 와서는 그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렸거나 바뀐 시행령을 이곳만 아직 시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다음날 쫓아가 따지니 그러면 전화한 곳이 어디냐 내가 확인해보고 다시 설명해주겠다. 내가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겠다 하더군요.
전화를 걸고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더니 점차 담당자가 고분고분 해지더군요.그리고나서 전화를 끊더니 이럽니다.
"제가 바뀐 법을 잘못 알고 있었나 봅니다.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죠?"
이런 뚜껑이 열리기 일보직전입니다.옆에 있던 형님이 멱살을 부여 잡습니다.
"모르면 차라리 모른다고 하지 ,왜 그 많은 시간 허비하게 해놓고 이제와서 죄송하다면 다냐?"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직 공장이 많지 않은 지자체는 공장 인허가 전담부서도 없을 뿐더러 공장을 유치할 의지도 없습니다.왜 귀찮게 이런 곳에 공장을 지으려 하느냐 이런 표정입니다.서류를 갖고 가면 책을 뒤져서 관계법령을 뒤적이고 또 그것을 유권해석하다 안되면 도에 전화하고......다른 시에서는 전담부서와 공무원이 상주해 일사천리로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지역을 완전히 잘못 선택했던 것이지요.특히 공장에 관한한 일괄 의제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은 한 곳 보내고 오면 그 다음 다른 부서로 보내고 하는 식이더군요.뺑뺑이 돌린다고 하는 것이 이런건가요?, 디지털 시대에 이곳만 아날로그인 것 같았습니다.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은 공장이나 다른 인허가 문제로 부딪치다 결국은 포기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하긴 현직 지자체장이 금품수수혐의로 구속되어 있어 그 영향 때문일까요?
아니면 수장이 없다보니 아예 내 몸이나 조심하자 .....그걸 복지부동이라고 해야하나요? 다른 곳은 공장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발 벗고 나서 일을 처리해준다는데 이곳은 요지부동 다 해오세요.....서류 한 장이라도 빠지면 절대 안됩니다 식입니다.....물론 원칙대로 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요. 그렇지만 자신들도 법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민원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규제대상이 아님에도 사소한 것 때문에 세월을 보내다 결국은 해를 넘겼습니다.적극적으로 공장을 유치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이 시시콜콜 걸고 넘어지다 보니 가는 것은 세월이요 남는 것은 홧병 뿐이더군요. 하루가 멀다하고 20km의 거리를 출퇴근 하다시피 했지요.물론 결국 건축허가는 받았습니다만 계획이 다 어긋나고 난 후 받은 상처 뿐인 영광이었죠.
1년 가까이 매달리며 시달리다 보니 점점 지쳐가고 이곳이 정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지방에서 공장을 하려고 한다면 먼저 지자체 수장을 찾아가서 공장 유치에 대해 적극적인지 어떤 혜택과 전담부서는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시고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곳이나 다 똑같겠지 하고 시작했다가는 나처럼 홧병 걸립니다.
홧병과 함께 얻은 소득이 있다면 다음 공장 인허가 받을 때는 이런 실수를 더 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