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대중교통 이용해 보니.....

2009. 3. 27. 06:42편리한 생활정보

사흘전에 약속한 일 때문에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그런데 가기 전날 뉴스를 보니 눈이 내릴 것이라고 했다. 4월이 다 되어 가는데 설마 많은 눈이 내리랴 하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흐려있었다. 아침 먹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홍천에 있는 동창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영서지역에 눈이 많이 내렸는데 속초에도 눈이 왔냐는 안부 전화였다.이곳은 오지 않았다고 하니 영서지방은 약 15cm 정도의 많은 눈이 내렸다고 했다. 곰곰 생각하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생각을 바꾸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그리고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10분 거리의 터미널로 향하는 동안 요즘 손님이 많냐고 물으니 해마다 쏟아지는 개인택시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다고 했다. 인구 8만이 채 되지 않는 도시에 택시가 거의 800여대에 이르니 무슨 영업이 되겠냐고 했다.


100명당 택시 한 대 꼴이니 아무리 발버둥쳐도 사납금 채우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해마다 개인면허를 10대 이상 내주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는한 살아남기 힘들다며 하소연을 했다.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표를 끊었다. 차비가 2만원이었는데 표를 끊으려고 할 때 옆 창구에서는 차비를 카드로 끊으려는 사람과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실은 나도 카드가 되는 줄 알았다.그런데 현금 영수증 밖에는 안된다고 했다. 서울은 택시요금도 카드로 낸다고 하는데 2만원씩이나 하는 버스표는 왜 카드가 안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전 10시에 출발한 버스가 금새 미시령 터널을 지나 인제로 향했다.버스를 이용해 서울을 가는 것이 몇년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데 막상 버스를 타고 좌석에 앉으니 편안했다. 신문을 보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두촌 휴게소에 차가 멈춰섰다.


약 15분가량 정차하는 동안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어제 온 눈이 녹아 도로가 흠뻑 젖어 있었고 주변 산에는 온통 흰눈들이 가득 쌓였다. 잠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사고가 났는지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싣고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울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1시가 다되어 갔다.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전철역으로 향했다.


강변역에서 역삼역까지 여섯 정거장을 가는데 갈 때는 한산했다.역삼역에서 내려 파이낸스 빌딩에서 약속한 사람과  늦은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온 길을 되돌아 가는 지하철 역은 퇴근 무렵이라 사람들로 붐볐다.천원을 내고 표를 끊고 지하철에 올랐다. 다시 강변역으로 가는 사이 내 앞자리가 하나 났다.자연스럽게 앉았는데 오른쪽을 보니 지팡이를 짚은 노인과 임산부 장애인을 나타내는 표식이 보였다. 경로석인가 하고 두리번 거려도 경로석이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옆좌석에 젊은 여자가 두 명 앉아 있어서 자연스럽게 앉은 것인데 건너편을 보니 노인 두 분이 앉아 계셨고 나를 쳐다보는 듯 했다.아무래도 잘못 앉았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섰다. 내가 일어섰는데도 아무도 그 자리에 앉지 않는 것을 보니 경로석이 확실한 것 같았다. 예전에 1호선을 탔을 때는 경로석이라는 문구가 써있었는데 2호선에는 경로석이라는 문구가 보이지 않아 벌어진 실수였다. 그리고 다시 강변역에서 내렸는데 역을 나서려고 하는데 표가 없어졌다.주머니에 넣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장애인이 나갈 수 있게 만든 곳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역무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쪽으로 오세요" 멀리 표 끝는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곳에 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표를 끊은 것이 확실하냐며 위 아래를 훑어 보며 "분실하면 다시 천원을 내야합니다."  한다. 잃어버린 것이 창피해서 얼른 천원을 내려고 하니 "다음부터 조심하세요 손님"하며 그냥 가란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동서울 버스 정류장 앞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한 그릇 먹고 다시 속초행 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 오는 길은 벌써 어둠이 짙게 내렸다.


버스가 출발하자 기사가 TV를 틀었다. DMB로 수신 받는다는 자막과 함께 마침 SBS 일일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나왔는데 막장의 끝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오늘은 애리가 니노가 강재의 아들이라는 것을 밝히는 장면이 나왔다. 아마도 작가가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려는듯 연일 무리수를 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천의 화양강 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니 10시가 조금 안됐다.정말 오랜만에 이용해본 대중교통은 편안하고 경제적이었다. 내맘대로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직접 운전을 했을 때 보다 교통비가 적게 들었다. 택시비 1800원과 버스비 왕복 4만원 지하철 왕복 2천원 모두 43,800원이 들었는데 이것은 LPG 차량으로 직접 서울을 왕복했을 때 65.00원 가량들고 유료주차비를 포함하면 7만원 가량 소요되는 것 보다 3분의 1가량 경제적이었다.


과속 카메라에 단속될 염려도 없고 가는 동안 편안하게 신문을 보거나 잠을 청할 수 있어 좋았다.
예전처럼 버스가 좁고 지저분해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의외로 편안하고 다리도 쭉 펼 수 있고 다리 받침이 있어 잠자기도 편했고 무정차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좋았다.
다만 과속을 알리는 소리인듯 삐삐하고 연신 울어대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모처럼 하루 동안 이용했던 대중교통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물론 익숙하지 않아서 지하철에서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앞으로 장거리 여행할 때는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