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4강전 교포를 위한 위문경기 보는듯했다.

2009. 3. 22. 14:33스포츠 인사이드

한국 야구 대표팀이 큰 산을 넘었다. 한국은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활약했던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의 WBC 준결승전에서 10-2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라 내일 벌어지는 미국 일본 승자간 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주말이라 편안하게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던 이날 경기는 한일전처럼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연파한 강타선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하지만 1회초부터 승운은 한국팀에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첫타자 이용규가 볼넷으로 걸어나가고 2번 타자 정근우가 평범한 외야플라이를 쳤을 때 베네수엘라의 외야수 어브레유가 공을 떨어트리고 2루에 던진 공마저 유격수 스쿠타로가 이를 놓치면서 무사 1,2루의 찬스를 맞았다. 이어 등장한 김현수의 안타와 이대호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선취한 한국은 그동안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던 추신수가 1사 2,3루에서 카를로스 실바의 직구를 받아쳐 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며 5점을 뽑았다. 첫회에 대거 5득점을 하고 난 후에는 그야말로 경기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다른 경기와 달리 긴장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은데 비해 초반부터 실책을 연발한 베네수엘라는 경기내내 5개의 실책을 범하며 wbc 한경기 최다 실책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완패했다.
선발 윤석민은 6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7피안타 1볼넷으로 2실점했지만 완벽한 제구력으로 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메이저리거들의 방망이를 꽁꽁 묶었고 추신수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3점홈런으로 건재를 알렸다.
또 김태균은 wbc 최고의 강타자임을 알리는 2점홈런으로 이번 대회에서만 3번째 홈런이자 11타점을 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전날 김인식 감독이 위대한 도전을 하겠다며 비장한 모습을 보인 것에 비해 너무나 싱거운 한판승이었는데 1회 이후 마음 졸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런 광경은 시청자인 나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이나 교포들 모두 한결 같은 듯했다. 특히나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교포들은 태극기를 직접 그려서 나온 사람들도 보였고, 가족들과 나들이 온듯 아이를 목마를 태우고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중간중간 파도타기로 한국팀의 기를 살리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침체와  이민생활의 외로움 때문에 힘들었던 교포들과 조국을 잘 알지못하는 이민2세에게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하는 뜻깊은 승리였다. 
경기가 끝난 후 베네수엘라 감독이 이야기 한 것처럼 "초반부터 밀어부친 한국의 기세에 눌렸고 또 특히 한국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을 얻은 것 같다. 팬들의 응원은 언제나 중요하다 " 며 다저스타디움을 꽉 메운 한인 동포들의 열성에도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초반에 일찍 승부가 갈려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었던 오늘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4강전은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열렬한 응원을 펼친 교포를 위한 위문경기를 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