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는 있고 이마트에는 없는 것

2008. 3. 21. 17:21세상 사는 이야기

중소지역에 이마트가 들어오면서 부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시장잠식이다.지역경제가 급속히 침체되고 이에대한 대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졌다.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편리한 쇼핑 낮은 가격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결국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했고 그 일환으로 요즘 전국의 재래시장이 변하고 있다.지역마다 다르겠지만 관광지인 속초는 주말이면 지역사람과 외지인들이 북새통을 이룬다.나는 재래시장도 가고 이마트도 간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마트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두 곳을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이마트는 모든 것이 편한데 왜 점점 불편함을 느끼게 될까? 재래시장은 불편한데 왜 점점 편안함을 느끼는 걸까? 여기에는 다분히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시민정신이 깔려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분명한 것은 내가 두 곳을 다니면서 느낀 개인적인 정서가 그렇다는 것이다.그것을 나는 재래시장에는 있고 이마트에는 없는 것을 통해서 말해보고자 한다.지역마다 다르고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시라..
첫째는 재래시장에는 덤과 에누리가 있고 이마트에는 에누리 밖에  없다.덤과 에누리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덤의 사전적 의미는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이고 에누리의 사전적 의미는'물건 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 또는 그 물건 값'인데 때부분 깍아달라는 의미로 쓴다.시장에 가면 말 한 마디에 물건을 더 얹어주기도 하고 더 싸게 주기도 한다.말의 소통이 되는 곳이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그러나 이마트는 정해진 에누리 밖에 없다 실제로는 에누리가 아닌 기업의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말이 오가는 속에서 즉 흥정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에누리지 일방통행이 에누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둘째는 재래시장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있고 이마트에는 아줌마만 있다.무슨 얘기인고 하니 시장에 가면 내 가족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손님이 아닌 장사를 하는사람 중에 어릴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자식 공부 가르치느라 애쓰시던 아버지 어머니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이마트에는 고용된 아줌마만 있다. 물론 교육을 받아서 늘 친절하고 상냥하다.하지만 그뿐이다.삶의 추억과 향수와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셋째는 국밥집이다.국밥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가장 든든한 힘의 원천이다.소머리국밥 순대국밥이나 해장국에 소주 한 병,그리고 국밥집 아주머니의 질펀한 사투리며 투박한 말투 속에는 일상의 삶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다.이에비해 이마트에는 패스트 푸드점이 있다.물론 순대도 팔고 족발도 판다.아이들 성화로 가끔들리지만 그곳은 음식을 사고파는 곳 이상의 삶의 정겨움이 없다.나이가 들수록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넷째는 부침개다.즉석에서 기름을 두르고 부쳐주는 감자전 녹두전 메밀전 빈대떡 전병(일명 총떡)은 생각만해도 군침이 돈다.백열전등 아래서 지글거리는 것을 보면 어릴 적 어머니가 부쳐주던 장떡이 생각난다.또,동네 잔치에 뒷마당에서 떠들썩하던 아줌마들의 수다와 먹고싶어 그 주변을 서성이던 유년의 기억들이 그 속에 녹아있다.이마트에는 그것을 만들 재료는 살 수 있어도 즉석에서 팔딱팔딱 뒤집어지는 할머니의 묘기도 볼 수 없고 바로 먹을 수도 없다.
다섯째는 대장간이다.물론 재래시장에도 옛날처럼 풀무질하는 곳은 없다.그렇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은 다 살 수 있다.대장간이 공구상으로 변하긴 했지만 낫이며 호미며 괭이 쇠스랑등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들은 다있다.그곳에 가면 각 마을의 소식을 쉽게 전해들을 수 있을 뿐더러 어느 집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다 기억하는 주인 할아버지가 있다.
여섯째는 항아리다.독은 예로부터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삶의 필수품이었다.특히 겨울에 묻어둔 장독대의 김치맛은 김치냉장고도 낼 수가 없다.집집마다 장독대가 있는 풍경들 도시에서는 사라졌지만 시골에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아직 김치며 고추장 된장이며 젓갈 등 항아리에 담아야 제맛이라고 느끼는 사람들 때문에 명백을 유지하고 있는 항아리집 그러나 곧 사라질지 모른다.이마트에 가면 항아리는 없고 항아리를 쫓아내는데 일조한 김치냉장고가 있다.
일곱째는 욕이다. 시장에 가면 심심치않게 듣는 것이 욕이다 물론 손님에게 욕을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지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사투리다 아니다 차이는 있어도 상인들끼리 나누는 일상의 언어 속에 욕이 있다는 것이다.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서로 나누는 일상의 언어 속에 들리는 욕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금방 익숙해진다.싸울 때의 욕은 억양이 강하지만 일상의 대화 속의 욕은 정겹다.바닷가 사람들만의 걸쭉한 사투리와 욕을 한 사발 들어보고 싶으면 시장을 기웃거려보시라.이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활어처럼 싱싱한 욕 한 접시 먹을 수 있으리니....
이 외에도 많은 것이 있고 없을 것이다.또 일상의 흥미로움으로 시작한 나의 궁금증은 객관성이 결여되었는지 모른다.거대 공룡 이마트의 위력 앞에 위축되는 재래시장을 볼 때마다 느낀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투철한 시민정신으로 바라본 시각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시장을 오가면서 느낀 소회이니 가벼운 흥미거리로 읽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