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논 이야기' 줄거리 읽기

2008. 2. 26. 12:11마음의 양식 독서

일본인들이 토지와 그 밖의 모든 재산을 두고 쫒겨 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생원은 우쭐해졌다.  "거 보슈 송 생원. 인전들 내 생각나시지?"한 생원은 허연 탑석부리에 묻힌 쪼글쪼글한 얼굴이 위아래 다섯대 밖에 안 남은 누런 이빨과 함께 흐믈흐믈 웃는다.  일본인에게 땅을 팔고 남의 땅을 빌려 근근히 살아오던 한 생원은 일 본인들이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찾게 되리라는 기대에 부푼다. 일본인이 쫒겨 가면 땅을 다시 찾게 된다고 큰소리를 쳐왔던 터였다.  한일합방 이전에 고을 원에게 강제로 아홈 마지기의 땅을 빼앗기고, 남은 일곱 마지기마저 술과 노름, 그리고 살림하느라 진 빚 대신에일본인에게 팔아 넘길 수밖에 없었던 한 생원에게 땅을 도로 찾게 될 거라는 기대는 큰 기쁨이었다.  일본인들이 물러 가니 땅은 그전 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한 생원은 술에 얼근히 취해 자기 땅을 보러 간다고 외친다.그러나 그러나 막상 찾으리라고 기대했던 땅은 이미 소유주가 바뀌어 찾기 어렵게 되고, 논마져 나라가 관리하게 됨을 알게된 한 생원은 허탈에 빠지고 만다.  그는 마침내 자신은 다시 나라 없는 백성이라고 하며, 해방되던 날 만세 안부르기를 잘 했다고 혼잣말을 한다.
  "일없네. 난 오늘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네. 제에길 삼십 육년두 나라 없이 살아 왔을려냐. 아아니 글쎄, 나라가 있으면 백성한테 무얼 좀 고마운 노릇을 해 주어야 백성두 나라를 믿구, 나라에다 마음을 붙이고 살지. 독립이 됐다면서 고작 그래 백성이 차지할 당을 뺏어서 팔아먹는 게 나라 명색야 ?"'독립이 돼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길 잘 했지.'